그림자만 자라는 저녁
1993년 「서정시학」에 <산길> 외 4편의 시로 등단한 김명복의 첫 시집. 등단한 지 10여 년이 넘은 중견 시인이 세월과 함께 숙성시켜 온 초기 시편들과 그동안 꾸준히 써 왔던 시들을 모아 엮었다. 시인은 소소하고 담백한 어조로 일상 속에서 느끼는 복잡한 심경을 단조롭고 평평한 감정으로 바꿔 노래한다. 두꺼운 겨울, 매지리 호수 물이 얼어 새벽 햇볕에 쩌르릉대며 터지는 얼음 소리 등 자연의 모든 물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맑고 짧게 그려낸 시가 총 4부로 나누어 수록되어 있다.
▶지은이 김명복 1953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광규, 정현기, 최동호의 추천으로 <산길> 외 4편의 작품이 1993년《서정시학》에 실리면서 등단했고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세대 원주 캠퍼스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인의 말 목 디스크 탓도 있겠으나, 예전보다 더욱 목이 뻣뻣하고 목 주위가 간지럽기까지 하다. 부끄러움 모르는 뻔뻔함에 질려 누군가 나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낄낄대는 것만 같다. 눈길 주는 곳마다 부끄러움의 길이 나고 딱히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 있는 길이 부끄럽다. 그렇다고 눈 감고 있다 하여 나아질 것도 없는 것이, 어둠에 취하여 가눌 수 없이 휘몰아치는 무지로 포장한 순수함의 춤사위는 더욱 아니다. 그러하니 크게 부끄럽지 않게 아주 조금 나의 수치를 등 뒤로 감추어 조심스레 내려놓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일 말고 달리 할 일 없다.
|시인의 말| ▶ 1부 처음 12 여름 방학 13 매지 호수 14 개나리꽃 15 여름 장마 16 번개 17 물 18 지휘 19 겨울 파수꾼 20 나의 친구 22 보시 24 시집 25 눈병 26 1960년대 아버지 28 가을 교향시 30 망태 32 이별가 33 젊은 나날 34 오줌싸개 35 ▶ 2부 겨울밤 38 기다림 39 산길 40 겨울 우화 41 나의 아들 42 겨울 풍경 44 시인 45 독자 46 시와 삶 47 12월 48 초여름 오후 강의 49 생명 50 부부 싸움 51 봄바람 52 시의 정의 53 비 교향악 54 딸 55 밤비 56 꽃나비 57 ▶ 3부 가을 산행 60 추수 61 겨울 산행 62 파도 63 바다 64 장마 65 고추잠자리 66 가을과 파리 67 4월 68 저녁비 69 운명 70 생각과 글 72 봄나비 73 봄 산행 74 반딧불 75 점심 76 인사 77 올빼미 우화 78 무지 79 ▶ 4부 봄바람 82 강약 83 나이 84 이야기 85 퇴임하는 영문학 교수 86 하루 87 정음 88 아내 90 부부 91 사랑 92 가을 손님 93 갑상선 94 말과 글 95 대학 3학년 96 산길 97 목 디스크 98 건강 100 공부 101 봄날 102 새해 인사 103 |작품 해설| 광활한 배경 _ 박경리(소설가) 외로운 땅굴파기와 자기 노래 _ 정현기(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