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목소리
「사랑의 예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지원이 창작집 『꽃철에게 보내는 팩스』(2002년) 이후 3년만에 펴내는 장편소설. 이 작품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말 과 인연 을 화두로 저마다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던 인물들이 새로운 인연을 만나 서로를 감싸 안고 상처받은 세상에 닻을 내리는 여정을 담고 있다. <현대문학>에 발표된 단편 「물빛 목소리」(2002)의 주인공 영희 와 <문학사상>에 발표된 「마술의 시간」(2003)의 주인공 마술사 가 만나 사랑을 하기까지의 과정이기도 하다. 첫사랑의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 영희 는 우연히 들른 민박집에 정착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던 세상의 말에 상처받고 남자와 그 집안에서 내뱉은 독설에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독기를 품고 내질렀던 자신의 목소리가 가시가 되어 도로 그녀에게 박힌다. 그러다 실어증까지 걸린다. 그것은 남자와 헤어진 상처로부터의 도피이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간 관계의 거부였다. 그러던 영희가 자신의 몸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말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새로운 말들이 이끄는 대로 운명의 실타래를 풀듯 한발 한발 새로운 인연에 다가서게 된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외로운 마술사 청년 안한얼이다. 그는 하와이에서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고국인 한국에서 떠도는 가난하고도 외로운 마술사다. 동굴에서 기거하면서 세상과는 담을 쌓듯 지내왔지만 그 담을 헐고 세상에 나와 한 할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고 난 후 영희를 만나 운명처럼 사랑을 나누게 된다. 삶의 모든 희망을 포기한 후에도, 사람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인연들에 의해 다시 새 인생을 살아가게 되며, 작가는 물 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 죽음과도 같은 상처로부터의 부활과 사랑의 예감을 자신만의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풀어낸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지금 이 시대에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시대적 질문과 함께 작가 자신이 오랫동안 화두로 삼아온 애정의 인연과 고리를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 작가 김지원 1942년 경기도 덕소에서 태어났으며,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63년 『여원』에 소설 <늪 주변>이 당선되었으며, 1974년 단편소설 <사랑의 기쁨> <어떤 시작>으로『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였다. 창작집으로 『폭설』(1979),『겨울나무 사이』(1986),『알마덴』(1988),『돌아온 날개』(1993) 『꽃철에게 보내는 팩스』(2002) 등이 있고, 중편소설『잠과 꿈』(1987), 연작소설『물이 물 속으로 흐르듯』(1991), 자매소설집『먼 집 먼 바다』(1990),『집?그 여자는 거기 없다』(1996), 장편소설『모래시계』(1986),『꽃을 든 남자』(1989),『소금의 시간』(1996) 『낭만의 집』등이 있다. 1997년 <사랑의 예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살고 있다. ▶ 평론가 문혜원 1965년 제주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문학박사,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아주대 강사이다. 지은 책으로 『한국 현대시와 모더니즘』 『한국현대대표시선』 『흔들리는 말, 떠오르는 몸』 등이 있다.
약혼여행 달 영희의 약혼 남자는 영희는 민박집 부엌 영희의 시간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멜랑콜리한 노스탤지어의 안개 마술사와 할머니 석 달 전 하루 전 마술의 시간 열다섯 시간 전 손님 독고 선생 그후 가을공원 다정한 민박집 여름 안한얼 내가 너를 뉴욕의 장 선생 김영희의 편지 인생의 동반자 안한얼의 공간 공동의 공간 그날 새벽에 보라 작품 해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