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숨 쉬듯 벌어지는 은밀한 폭력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러’ 작가 구병모의 새로운 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가 아르테 ‘작은책’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춘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로 주목받은 작가는 이후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난 소외된 소년의 이야기(『아가미』)에 이어 날개로 아픈 생명을 치유하는 ‘익인’의 이야기(『버드 스트라이크』)까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의 소중함과 관계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전했다. 또, 육십대 여성 킬러라는 독보적인 여성 인물을 창조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시간과 공간을 실감나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파과』), 여성만의 감정노동과 돌봄노동에 의해 지탱되는 공동체의 허위를 폭로하고(『네 이웃의 식탁』)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관습적이고 강제적인 의무들 아래 단단하게 자리 잡은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파헤치는 작품(『단 하나의 문장』)을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삶 속에 도사린 폭력에 맞선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환상적 순간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평범한 중년 여성 ‘시미’는 동료 ‘화인’을 통해 미제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따라가며 비밀을 공모하듯 낯선 세계로 발을 들인다. 현실이라는 지표에서 떨어진 세계를 공유하면서 타인에게 무심하던 시미가 낯선 사람에게 건네는 축복의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하여 [……] 달아나거나 가치가 감소하지도 않”는다는 책 속 문장처럼 나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지만 신비스런 기도를 체험하게 한다. 무엇이 나를 지켜줄지 아득한 가운데, 빛나는 생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한 발치 앞이나마 비추어줄 한 점의 빛을 만날 수 있기를 비는 작가의 염원이 가슴에 든든하게 새겨진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로 활동하였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문장력과 매끄러운 전개, 흡인력 있는 줄거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는 기존 청소년소설의 틀을 뒤흔드는, 현실로부터의 과감한 탈주를 선보이는 작품이었다. 청소년 소설=성장소설 이라는 도식을 흔들며,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을 지배하는 섬뜩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도 이야기가 무겁게 얼어붙지 않도록 탄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촘촘한 문장 역시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뛰쳐나온 소년이 우연히 몸을 피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온갖 사건들은 판타지인 동시에 절망적인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며, 일반문학과 장르소설의 묘미를 적확한 비율로 반죽한 이 작품만의 특별한 미감은 색다른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또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사의 눈에 비친 현대인의 비틀린 욕망은 무시무시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헨젤과 그레텔』 같은 ‘잔혹동화’의 바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이들의 문법을 절묘하게 전복시킨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어 화제가 되었다.
구병모 작가는 한 인터넷 웹진에서 '곤충도감' 이라는 작품을 연재했다. 이름을 가리고 봐도 구병모 작가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작품으로, 용서에 대한 것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2015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오늘의작가상과 황순원신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파과』,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이 있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작가 노트_ 빛을 통과한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