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
신예 박초초의 놀라운 화제작, 『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
박초초의 장편소설 『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는 시대적으로 민감한 사안과 함께 조심스러운 소재가 결부된 내용이다. 작품의 소재이자 근현대의 신여성을 나타내는 단어 ‘모던걸’은 당시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또한 ‘못된걸’이라는 언어유희로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선에 호의적이지만 동화되지는 않은 일본인 교이치, 유림 가풍의 대를 이은 유학자 영방 앞에는 두 여자가 있다. 학식과 미색을 갖춘 ‘모던걸’인 연혜와 화려한 외양에 자기중심적인 ‘못된걸’ 에렌이다. 둘은 상반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혼란과 전근대에서 근대로의 격변을 개인의 감정으로 맞서며, 필요하다면 서슴없이 여자의 무기를 내세워 여자의 본성을 그대로 나타내는 점에서 본다면 같은 사람이다.
『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는 이 네 남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시에, 연애지상주의자 정균, 교양과 속물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치코, 고매한 부제학, 원칙주의자 동철 강사, 모던 속에서도 균형을 잡는 미스 고, 자부심 강한 평양 기생들, 사랑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는 여급 봉희, 사랑 때문이라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봉수, 사랑만큼 야망도 큰 봉자, 점잖은 겐타로, 냉소적인 구두닦이 소년의 이야기도 풀고 있다.
근대 경성을 배경으로 맞물린 이들의 삶은 영광, 평양, 옥천, 부산, 일본의 도쿄, 중국 봉천과 만주국 수도 신경,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20대 신예작가가 펼치는 거대한 스케일과 해박한 지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놀라운 화제작이다.
근현대 도시 경성의 세밀한 복원 속에 약동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리다!
1930년대 카페는 커피가 아닌 술과 여급의 서비스를 파는 윤락 공간이었다. 이 퇴폐의 장소에서 무명배우 이혜련이 카페걸 ‘에렌’으로 활동하며 유명해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카오카 교이치’는 어릴 때 헤어진 한 조선 여인을 찾고 있었다. 그녀를 찾기 위해 관동군 준장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를 거부하고 조선으로 향하고, 총독부 문관이 되어 경성으로 발령받는다. 마침내 교이치는 그가 찾는 여성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카페 ‘가디스’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바로 에렌. 어릴 적 보았던 연혜와 꼭 닮은 에렌을 보고 교이치는 그녀가 카페걸이 된 것을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정말 그녀와 동일인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그러나 에렌은 좀처럼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오영방’은 학문과 책을 벗으로 삼는 백면서생인 유학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성균관의 부제학이었으며, 일제강점기에 성균관은 경학원으로 개칭되어 명륜학원이라는 학교를 운영하였다. 영방은 부친의 배경 덕택에 명륜학원 강사로 들어가고, 새로 조교를 뽑던 중 ‘연혜’를 만나게 된다. 연혜가 예사 인물이 아님을 알고 그녀에게 흥미를 느껴 조교로 채용한다. 연혜는 신여성과 고전여성의 장점만 모아놓은 여자로, 영방뿐 아니라 정균과 미스 고, 동철 강사를 비롯한 경학원 사람 모두를 사로잡는다.
분방한 카페걸의 전형 같은 에렌은 과거를 지우려 하고, 완벽한 여자의 전형 같던 연혜는 수상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두 여자는 응당 있을 수 있는 이중적인 면모 하나 보이지 않으며 지나치게 정형화된 인물인 동시에 양 극단을 오가는 인물이지만, 때때로 같은 것을 공유하는 이유로 서로의 존재가 교이치와 영방의 눈에 점점 띄게 된다.
결국 에렌의 기형적인 성격과 연혜의 기이한 행적은, 교이치와 영방의 의심을 사게 된다. 에렌과 연혜에게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교이치는 추적 끝에 영방을 찾아간다. 서로 아무런 교차점이 없던 일본인 문관 교이치와 조선인 유학자 영방은, 두 여자들이 지닌 비밀을 풀고자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협력하게 되는데....
아슬아슬하게 교차점을 이루는 에렌과 연혜의 비밀을 알게 된 교이치와 영방은 자신만의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다, 급기야 결혼을 감행하고 만다. 절반을 얻는 것부터 시작하여 온전히 한 사람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이치와 영방은 서로의 결혼을 묵인하지만, 두 남자 중 누구 하나 승자가 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무언의 경쟁은 이어진다.
사랑을 위해 선택한 그들의 공존 방식!
영방과 교이치는 조선과 일본 사이의 민족적 골로 “넌 내가 감탄하는 조선인이니 독립운동은 하지 마라”, “마음껏 일제 타도 운동할 수 있겠군” 같은 한담을 주고받고, 결코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지 않는다. 교이치는 영방의 지성에, 영방은 교이치가 지배국가의 통치 세력가라는 현실에 각자 열등감을 느끼며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점차 서로에게 동화된다. 영방이 친구 정균으로 인해 난관에 빠졌을 때는 교이치가 그를 구해주며, 교이치가 사촌누이 사치코로 곤란해졌을 때는 영방이 도움을 준다.
한편, 에렌은 배우로서 유명해지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나가고 영화를 촬영하며, 연혜는 유학을 준비하고 조선 시찰을 나온 외국 인사의 안내를 맡는다. 두 여자의 판이하게 다른 행보는 때론 상대방 남편의 조력이 필요할 때도 있어서, 두 남자는 아내를 위해 서로에게 굽히고 도움을 청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두 여자의 비밀스러운 생활이 불러오는 문제 중 가장 파장이 큰 임신 문제에 이르자 둘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1987년에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러시아어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다수의 매체와 저서에서 번역 및 원고 작성과 시평 기고를 맡았으며, 동아시아문화사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프롤로그
1 가디스
2 그리 생각하신다면
3 흰백
4 빨간 앵두 물결
5 배우
6 ‘미스코리아’여 단발하시오
7 출국
8 아직 믿을 수 없으니까
9 전형
10 해할 줄 모르는 눈
11 꽃
12 꽃을 즐길 자격
13 여행
14 오월의 태양 아래
15 영웅
16 취조와 연서
17 과거
18 네가 친절한 이유
19 레코드
20 나를 부정하는 말
21 화
22 탄생으로 희생을
23 전시품
24 욕망과 허망, 희망 한 장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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