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
‘아버지’에 대해 이토록 깊은 통찰과 이해를 보여준 소설은 일찍이 없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 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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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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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버지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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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의료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천재 뮤지션 신해철이 남긴 ‘아버지와 나’를 한 번이라도 들어 본 남자라면 가슴 먹먹한 가사에 무릎이 휘청거리는 고통스런 감동에 휩싸인다. 그의 가슴 깊숙이 묻혀 있던 아버지가 우리들 가슴에 묻혀 있던 아버지를 불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배중섭이 내놓은 소설 《아버지와 나》에서 우리는 신해철의 노래 가사보다 더 두렵고 무자비한 감동과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 ‘아버지’라는 이름에 켜켜이 쌓인 시대의 소명과 가장의 책임감을 온전히 짊어지고 살아왔던 아버지의 어제가, 그와 또 다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오늘의 ‘나’와 애증으로 얽히고 충돌하면서 작가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작가는 나와 오버랩 된다. 시나브로 ‘아버지란 누구인가?’라는 무거운 존재론적 질문 앞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몰락한 선비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일생을 흐트러짐 없는 엄격함과 권위로 일관했던 작가의 아버지. 그는 무지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중학교를 스스로 벌어 졸업한 후 말단 교도관이 된다. 그리고 중졸 말단 교도관에서 교정직 최고위직인 청송교도소 소장으로 부임하여 순직하기까지 누구보다 치열하고 격정적으로 살아온다. 작가는 이런 숨 막히고 서슬 퍼런 아버지에게서 달아나려고 평생을 버둥거렸다. 심지어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도 작가는 먼 이국땅으로 도망을 선택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숱한 시간을 발버둥 치던 작가는 오히려 아버지와 대면한다. 일생 동안 작가를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아버지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무지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낸 한 남자였고, 자유를 반납하고 아버지라는 이름에 기꺼이 자신을 내맡긴 가장의 삶을 살아낸 한 인간이었다. 작가는 이 깨달음의 순간으로부터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버지의 과거 시간들을 집요하게 찾아 헤맨다. 그리고 마침내 당당하게 말하며 글을 마친다.
“나는 아버지를 찾았다.” 이 짧은 외침은 아들로서 아버지에 대한 온전한 이해인 동시에 내 아이들의 아버지로 오롯이 살아가겠다는 작가의 약속이다. 김영현 소설가는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자신에 대한 치열한 성찰에 대해 의미심장한 평을 했다.
‘우리 문학에서 아버지는 영원한 화두이다. 엄마라는 존재가 모든 것을 품고 나아가는 강이라면 아버지는 언제나 존재의 변방에서 서성이는 그림자요, 범접하기 어려운 산이다. 그런 아버지는 ‘나’에게 어쩌면 두려움이며 동시에 그리움인지 모른다. 배중섭의 소설은 그런 아버지라는 존재가 지닌 원초적인 외로움과 고뇌를 보기 드물게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현재 공직에서 일하고 있다.
1. 죽음
2. 아버지의 땅
3. 세상 밖으로
4. 잿빛 세상과 전혜린
5. 칼
6. 북산(北山)의 꿈
7. 도망
8. 돌비렁 무덤
9. 여름 한가운데
10. 탈영의 꿈
11. 여름벌레
12. 아버지
13. 길
글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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