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기업에 실망하는가 - 이익과 책임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법
기업은 우리에게 빛인가, 어두움인가
자본주의라는 열차의 맨 앞머리에는 기업이 있다. 흔하게는 생산의 주체이면서 심오하게는 세계의 빈곤과 인류 공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가 바로 기업이다. 우리의 의식주와 취미 및 여가생활을 지배하고 문명과 문화에 일대 혁신을 가져옴과 동시에 가난과 불평등, 착취와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존재 또한 기업이다. 한쪽에서는 번영과 풍요로움을 가져온 구원자로 경배에 가까운 찬양을 받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현대 문명의 온갖 죄악의 원흉으로 손가락질 받는 아이러니한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진정 도덕적·윤리적일 수는 없을까.
경제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어떤 유기체가 한 사람의 일용품에서부터 국가와 지구 전체에 필요한 유·무형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는 현 상황이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그 유기체는 바로 기업이다. 하지만 착취와 오염, 피폐함의 주역이 기업이기도 한 것이다. -1장 출발점 중
기업 활동의 중심에는 주주 가치가 있다. 기업의 소유주는 주주이므로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개념이 주주 가치이다. 이러한 주주 가치는 기업의 설립 목적이자 경영진의 기본적인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주 가치의 추구는 다른 이해관계자(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의 이익과 상충된다. 이러한 충돌은 주주(소유)와 경영자(지배)가 분리를 가져오면서 갖가지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 결국 주주 및 경영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는 ‘기업지배구조’라는 화두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책은 소유와 지배로 분리되면서 현대 기업이 당면한 양갈래 길, 곧 이익과 책임 사이에서의 해결책을 모색한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기업, 주주, 이해관계자, 종업원, 정부 당국이 어떤 맞물림으로 얽혀있으며 기업은 본질적으로 어떤 존재며 어떻게 변질됐으며 어떤 방법으로 회복해야 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이익과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법
우리 시대 기업이 탐욕으로 얼룩진 얼굴을 가지게 된 데에는 우리가 기업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흔히 자본과 노동력 등의 생산 요소가 투입되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제 주체로 정의된다. 주주와 경영진은 기업의 주요 구성원으로 이들은 상생의 관계이지만 기업 권력에 있어서는 첨예한 대립의 관계이기도 하다. 이들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법적인 수단이 동원되거나 공권력(흔히 규제)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 책의 1부는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세계 경제 구조를 형성하는 주주의 이익, 계약, 기업의 명성, 규제, 국가의 개입 등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파헤친다.
또한 1부에서는 시장 기능이 실패하면 규제가 생기고 국가 개입이 요구되는 현 상황의 모순을 되짚어보고 기업의 명성과 갖가지 규제가 소유와 지배의 균형을 맞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말한다. 기업의 목적은 주어진 책임과 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통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임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기업이 지녀야 하는 책임감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해본다. 현대 사회는 기업지배구조를 두 가지 모델(주주자본주의, 가족기업)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양자택일의 길로만 가정하는데, 이는 기업의 태동 원리를 왜곡한 데서 비롯된 오류임을 지적한다. 아울러 근본적인 해결책은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서의 품위를 회복하는 것임을 설파한다.
3부에서는 기업의 책임감을 어떻게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책임감을 고무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 장치로 저자 콜린 메이어가 제안하는 ‘신뢰 기업’은 어떤 모습인지 자세히 살펴본다. 그리고 ‘소유와 통제 사이의 균형 찾기’ 라는 복잡한 문제를 풀 때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사실을 덧붙인다. 즉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균형점(다른 말로 하면, 기업 형태)은 회사별, 산업별, 국가별, 시대별로 다르다는 것과 ‘주주 가치’와 같은 개념의 장점만 보고 기업 모델에 유일한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다시, 기업이란 무엇인가
다시금 우리에게 기업의 정의와 근본에 대한 질문이 요구되고 있다. 기업의 영향력이란 현대 사회에 절대적이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기업에 대한 찬미곡이자 규탄성명서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자는 기업을 우리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구성원으로서 여전히 바라보지만 본래의 얼굴을 잃어버린 지금의 기업 모습에 안타까움과 더불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기업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책임감을 짊어지고 경계하며 각성해야 한다. 기업의 책임감은 타인에 대한 헌신을 전제하며 신뢰는 진정한 희생 위에서만 싹을 틔울 수 있다. 어떠한 기업 형태이든 기업 스스로 태동할 때부터 DNA에 새겨진 책임감, 사명감을 깨닫지 못하는 한 어떠한 강제적 규제와 의무도 기업의 탐욕을 막을 수 없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헌신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우리에게 의미 없는 존재일 뿐이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는 계약서와 같은 종이 쪼가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상대방이 희생하는 것을 알게 될 때 생기는 것이다. -7장 자본과 책임 중
저자 콜린 메이어 Colin Mayer는 옥스퍼드대 사이드Sa?d 경영대학원의 피터 무어스 석좌교수이자 동 대학 오리엘 칼리지와 세인트 앤스 칼리지의 명예교수, 워담 칼리지의 교수이기도 하다. 또한 경쟁소청심판위원회Competition Appeal Tribunal와 유럽기업지배구조연구소European Corporate Governance Institute의 위원을 맡고 있다. 1994년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첫 번째 정교수가 되었고,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사이드 경영대학원 학장,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옥스퍼드 금융연구소Oxford Financial Research Centre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다수의 저명한 학술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경제정책연구소센터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와 유럽기업지배구조연구소를 통해 유럽 지역의 경제학, 법학, 재무 분야 학자 간 네트워크 설립에 참여하였다. 또한 1986년 경제 컨설팅 회사인 옥세라Oxera를 설립해 2010년까지 24년간 대표로 있으면서 유럽 최고의 경제 자문 회사로 키워냈다. 이외 하버드대 하크니스Harkness 연구원, 영란은행 후르본-노먼Houblon-Norman 교수, 솔베이 경영대학원의 초대 레오 골드슈미트Leo Goldschmidt 교환 교수, 브뤼셀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 MIT, 스탠포드 대학 등의 교환 교수를 역임하였다.
한국의 독자들께
옮긴이의 글
들어가는 글
1부
1장 출발점
2장 도덕과 시장
3장 명성
4장 규제
2부
5장 진화하는 기업
6장 매수 및 종료
7장 자본과 책임
3부
8장 가치와 가치관
9장 지배구조와 정부
10장 무한한 미완성
결론
부록 _ 신뢰 기업에서
나가는 글
각주
더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