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의 시간
우리는 걱정이 많지만 아이야, 너는 축복이란다
처음 들은 아이의 심장 소리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드러냈고, 온몸으로 쿵쿵거리는 순간 ‘너’라는 존재가 되었다. 걱정과 질문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었지만,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축하를 받으면서 조금씩 낯선 세계로 발을 디뎠다. 그동안 먼저 엄마가 된 지인들에게 귀 기울여주지 못했던 것도 미안해지고,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언제 다시 책을 낼 수 있을까 싶어 조바심으로 작아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길거리를 오가는 아이와 엄마에게 시선이 가고, 엄마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가 팔랑거렸다. 입덧과 태동, 태명과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쌓아가면서 그날은 점점 다가왔다.
『한 몸의 시간』은 태교에 대한 글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대한 글도 아니다. 임신으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는 식의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엄마라는 이름이 여전히 낯선, 한 번도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며 겪는 다양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자, ‘나’인 채로 살아오고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사람이 아이와 ‘한 몸으로 지내는 시간’ 동안 겪는 성장통에 관한 기록이다. 40주의 임신 기간 동안 ‘내’가 어떻게 변하고 확장되어가는지, 그 시간을 통과하는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해나가는지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배 속의 아이보다는 임신의 주체인 ‘나’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조언이나 훈계가 아니라 철저히 딩크족이었던 입장에서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큰 공감을 자아낸다.
태교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나’와 앞으로 생겨날 ‘엄마’라는 정체성, 그리고 아기에 대한 관계성을 사유하는 일이다. 작가는 엄마는 너를 위해 결코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나’로서도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소설을 쓰는 ‘나’와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 둘 모두를 존중하며 나란히 걸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한 몸의 시간』은 엄마가 되면 ‘나’를 잃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쿨하게 한걸음』『당신의 몬스터』『끝의 시작』『틈』이 있다.
프롤로그 | 한 몸의 시간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교집합의 세계
그때는 몰랐던 것들
엄마가 되는 여자들
어른아이
너의 소리가 들려
진짜 둘이 되고 엄마가 되는 순간
들어가도 되나요?
이름이 뭐예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메슥거림
커피, 잠시 안녕
무리와 조심 사이
마음의 무게
우리는 모두 엄마의 배 속에서 살았지
많은 꿈 중에 태몽
남자 혹은 여자로 산다는 것
배려의 의미
짐승의 시간
다시 커피
안부를 묻다
나 여기 있어요
옷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
부르면 꽃이 될 이름
세상과 나를 잇는 존재
한 팀이 된다는 것
몸의 변화
하지 않을 용기
부모가 되기로 선택했습니까?
사람이 되는 꿈
천천히 걷기
생명에 대한 연민
초고는 대체로 엉망이다
먼 곳에서 도착한 위로
적응해간다는 것
새벽은 달콤하고 시간은 흐른다
반곱슬머리의 비애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 소설
너를 만나는 방법
준비됐나요?
누구나 자기 복을 가지고 태어난다
너는 자라고 나는 넉넉해진다
배 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는 말
너를 만나기 일주일 전
너를 만나기 사흘 전
너를 만나기 이틀 전
너를 만나기 하루 전
너를 만나는 날
보고 싶다는 말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어도
가슴의 쓸모
처음 너를 안고
체력 보충
낯선 일상
오늘의 좋은 소식
너와 다시 만나는 날
육아의 원칙
초보 엄마
집으로 갑니다
안녕, 여기가 우리 집이야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