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서 교류로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화학적 승화, 신한류 담론과 문화산업의 정치경제학, 외교갈등과 문화교류의 본성을 묻는, 더 나은 문화교류를 위한 한류정책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교차했던 한류와 국제문화교류는 2020년을 기점으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문화교류의 목표는 대중문화 산업을 주재료로 세계 5대 문화강국이라는 화려한 청사진을 각인시키는 데 있었지만, 최근에는 교류 대상과 권역, 영역, 방식의 다각화를 꾀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 이른바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높여 세계문화 발전에 이바지하자’라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이러한 비전은 좀 더 원초적인 질문으로 사유를 이양했다. 지난 수십 년간 외쳤던 쌍방향 문화교류는 정책 선언문의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이용된 것인가? 물리적 이정표에 꿰맞춰 작위적으로 나열해온 순수예술과 대중문화를 화학적 승화를 통한 동지적 관계로 만들 수는 없을까? 문제는 이런 작업이 녹록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순수예술과 대중문화를 한 데 엮으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고, 차이를 논하기 위해서라도 공통 지반이 필요했다. 펼친 면에 선을 그어 상황을 정리하고 나니 선의 끝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찍을 수 있었다. ‘대중문화는 홀로 자립할 수 있으면서도, 순수예술, 전통문화와 동반해 교류의 주재료가 될 수도 있다. 부재료가 되어 섞일 때는 그들과 조화를 이룬다.’ 결국, 한류가 국제문화교류의 소중한 자원이라는 시각이 본 논의의 전제가 되었다.
책으로 묶인 9편의 글과 2편의 인터뷰는 앞선 질문에 대한 응답이자 모색이다. 한류가 주는 교훈을 담은 1부에서는 좁은 범위의 문화산업과 일방향 소통을 넘어 삶과 소통, 넓은 의미의 문화교류, 쌍방향 소통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예술과 대중(문화)과의 만남, 신한류라는 기표 너머에 그 무언가를 상상하는 일이 따라붙었고, 방탄소년단이 연 새로운 연대정치의 공간도 들여다봤다. 문화행정의 세계에서는 예술가와 공동체가 문화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외교 관계가 요동칠 때마다 태풍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국 대중문화를 안타까워하면서, 외교 갈등과 문화교류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묻는 글로 2부를 열었다. 국제문화교류를 어느 지역에서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지, 동시대 예술 생태계의 좌표와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디지털 세계를 떠돌다 사라지는 영상콘텐츠는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 창의노동의 기회와 위협 요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이 시대 문화교류가 최우선으로 다뤄야 할 다섯 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한편 3부에서는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특별 대담을 수록함으로써 수신자를 확장해보려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의지했던 건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관계가 우열이 아닌 서로 다른 장(Feild)이라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문화산업과 순수예술, 전통예술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그것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냈는가의 문제에 천착할 수 있었다.
애초 본 도서 기획의 단초가 된 ‘제1차 국제문화교류진흥 종합계획’(2018∼2022)이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지난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변한,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세련되어진, 혹은 역으로도 설명 가능한 문화교류의 다양한 면면을 담으려 했다. 원용진, 홍석경, 김정수, 류웅재, 김휘정, 정정숙, 김성희, 최효진, 현은정 9인의 저자와 안호상, 김지일 2인의 인터뷰이는 다소 도전적인 주제와 무리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참여해 고견을 나누어주신 분들이다. 순수예술의 발전 없이는 문화산업의 성장도 없다는 반성문에 가까운 주장들에 지쳤던 사람들, 거창한 정책 수사와 실천 간의 부조화에 안타까워했던 사람들, 처방적 차원의 문화교류에서 전방위적인 문화교류로 방향성을 모색했던 사람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세상만사 중반부에 이르면 내용이 고조되거나 느슨해지거나 둘 중 하나다. 바라옵기는,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며 몰입감 넘치는 중반부 이후의 국제문화교류 일테다.
저자 : 원용진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한국의 미디어 문화연구 1세대 학자로 미디어와 한국 사회 안팎에 관한 주요 의제를 제기해왔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영상문화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대중문화의 패러다임』, 『텔레비전 비평론』, 『광고 문화 비평』, 『한국 언론 민주화의 진단』, 공저로 『PD 저널리즘』, 『아메리카나이제이션』, 『The Korean Wave: Evolution, Fandom, and Transnationality』 등이
있다.
저자 : 홍석경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프랑스 그르노블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송위원회 선임연구원, 보르도 3대학 언론정보학과 부교수를 지낸 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미디어 정경의 변화와 세계 속 한류 소통의 구조를 아이돌, 젠더 등 다양한 키워드로 풀어냈다. 대표 저서로는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시대의 한류: 풀하우스, 강남스타일, 그리고 그 이후』, 『드라마의 모든 것』이 있으며, 「한류연구의 지식연결망 분석」, 「미디어 콘텐츠의 유통과 진화: 디지털 문화와 인터넷 시대의 픽션과 스토리텔링 전략」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저자 : 김정수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이후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와 공공행정학부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분석력을 기반으로 문화정책, 문화행정에 관한 다수의 글을 발표했다. 수준급 기타연주 실력을 보유해,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문화행정론: 이론적 기반과 정책적 과 제』, 『21세기를 위한 문화와 문화정책』, 『스크린쿼터의 추억』, 『정책학 입문』 등이 있다.
저자 : 류웅재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학회 기획이사, ≪한국방송학보≫ 편집위원, 한국언론학회 ≪커뮤니케이션이론≫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소통하는 문화기획론』, 『작은 문화콘텐츠 만들기』 등이 있으며, 「신한류(新韓流)의 담론정치-주요일간지 한류 보도에 관한 담론분석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연구의 정치경제학적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 : 한류의 혼종성 논의를 중심으로」 등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저자 : 김휘정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문화예술경영전공 객원교수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예술경영·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영화 온라인 부가시장의 유통구조 합리화 방안」, 「한류지수의 개선과 정책 활용도 제고방안」, 「국제문화교류 진흥을 위한 한국문화원의 법적 위상 재정립 방안」, 「문화외교와 국제문화교류 부문 조율기능 확보의 쟁점과 과제」 등 문화산업, 문화외교, 문화교류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조명해왔다. 2010년부터 국회입법조사처 문화정책 담당 입법조사관을 지냈으며, 킹스칼리지 런던 문화미디어창조산업과 객원연구원, 성균관대학교 문화융합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현 사우스오스트레일
리아대 문화예술경영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저자: 정정숙 한국문화기획평가연구소 소장
이화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비교정치학 박사를 마쳤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실장을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대학원 겸임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집행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로 활동하면서 중앙 및 국제교류 활성화에 힘써왔다. 「국제문화교류 진흥방안」, 「문화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개발 연구」, 「‘한류’에 있어서의 인문학의 활용방안」, 「한·중·일 문화교류 협력관계 비교분석과 전망」 등을 연구했으며, 2020년 3월부터는 한국문화기획평가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 김성희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학과 교수
뉴욕대학교에서 예술경영학과 석사를,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아시아문화전당 극장 초대 예술감독, ‘페스티벌 봄’의 창설 및 예술감독을 지냈으며, 백남준아트센터 개막축제 ‘스테이션 2’ 예술감독,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 감독을 역임했다. 다원예술잡지 ≪옵:신≫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동시대 예술의 형식과 관점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젊은 예술가들의
한류에서교류로
제1부 한류가 주는 교훈
제2부 더 나은 문화교류를 위한 다섯 가지 쟁점
제3부 문화 이전에 사람이 있다:한류 직문직답, 그 세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