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꽃과 친구가 있는 날
당신은 정말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진정한 킨포크 라이프가 펼쳐지는 한국식 ‘타샤의 정원’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꼭 닮은 집에서 여유롭고 행복하게 식사를 하는 것.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킨포크 라이프’의 모습이다. 킨포크 라이프의 모토가 된 잡지 <킨포크>는, 미국 포틀랜드에서 작가와 화가, 농부와 사진작가 등으로 구성된 이웃들이 함께 모여 텃밭에서 식재료를 가꾸고 요리를 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별다른 텍스트도 없이 한가로운 집, 평온한 정원, 웃고 있는 사람들과 정성스런 음식 사진들을 담은 이 잡지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휴식과 위로를 제공한다.
《개와 꽃과 친구가 있는 날》(위즈덤하우스 刊)은 강아지 엄마이자 한국의 1세대 시티파머로 불리는 조각가 강은엽의 집을 담은 에세이다. 그간 많은 매체에 소개된 바 있는 저자의 텃밭과 정원은, 단순히 채소를 키우고 예쁜 꽃을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꽃과 채소에게도 삶이 있다고 생각한 저자는, 그 삶이 펼쳐지는 ‘집’으로서 텃밭과 정원을 가꾸었다. 책은 텃밭의 작물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로 탈바꿈되는 과정, 정원의 꽃과 식물이 함께 사는 동물들에게 더없는 기쁨이 되는 ‘킨포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동물과 식물, 사람이 분리되었던 공간을 허물고 함께 어울리게 되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를 깊이 있는 안목과 섬세한 감성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오랜 기간 텃밭과 정원을 가꾸면서, 계절에 따라 인위적으로 흰색과 보라색으로 피어나게 했던 정원을 점차 사는 곳의 습성과 환경에 맞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스무 해 동안 점차 뒷산 청계산의 모습을 닮아가는 텃밭과 정원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러움’과 ‘조화’의 가치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킨포크 라이프가 완성된 것이다. 가볍고 단편적인 감상으로 도색된 에세이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개와 꽃과 친구가 있는 날》을 통해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들을 곰곰이 곱씹어보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와 닭, 꽃과 채소들이 사람과 토닥이며 사는 이토록 다정한 동거!
조각가이자 ‘카라’의 명예회장 강은엽이 모두와 포옹하며 사는 이야기
“정기용 선생에게 설계를 맡긴 뒤 우리는 매일 만나 사람과 동물과 식물이 함께 살아갈 집을 고심했다. 이것은 집을 설계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일이었다.”(본문 중에서)
책은 저자가 이십 년 전, 부상당한 채 버려진 대형견 누룽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날로부터 시작한다. 평온한 삶을 살았던 저자는 누룽지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를 받자 누룽지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건축가 정기용과 함께 개와 식물,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집을 짓는다.
책은 개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문을 만들고, 텃밭과 정원의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사는 곳을 닮아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과정을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효리와 송혜교 등 여성 연예인들의 참여로도 유명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명예회장이기도 한 저자는, 동물과 식물을 단순히 유희와 심미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에서 한 걸음 들어가 ‘함께 사는 구성원’으로서 개와 꽃의 삶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의 대표적인 조각가인 저자는, 흙과 자연에 대해 오랜 기간 공부하고 성찰한 작가답게 텃밭과 정원의 사계절이 지니는 의미와 모양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이 모든 공간에서 마치 주인처럼 여유롭고 낙낙하게 자유를 누리고 있는 느긋한 개들의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좁은 공간에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가둬놓고 키울 수밖에 없는 반려가족이라면, 동물을 키우며 느끼는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대한 깊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저자의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은, 살아있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인지를 곱씹게 한다. 책은 공동체 안에서의 위로와 보살핌을 느끼고픈 이들에게 깊은 안도감과 행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아트스튜덴츠 리그에서 Jose Crieft에게 조각 수업을 받았다. 미국 뉴저지 몽클레어 주립대학 미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흙’, ‘시간의 배후’ 등의 주제로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88올림픽조각공원, 양재시민의 숲, 난지도 노을공원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계원조형예술대학 부학장과 계원조형예술대학 평생교육원 수신재 원장, 제3대 한국여류조각회 회장, 국립현대미술관 작품구매심의위원, 서울시 미술장식품심의위원, 성남시 삼일기념탑건립추진위원, 안양시 공공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현대문학관 관장과 사단법인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명예대표로 있다.
[Prologue] 아주 작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Part 1 개와 꽃, 사람을 위한 집을 짓다
어느 날 갑자기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곳
참 멀리 돌아온 길
어쩌면 고향을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흙에 대한 꿈
새로운 삶을 담을 집
아주 작고 낮은 문
버려야 할 것들, 버릴 수 없는 것들
공간에 길들기
Part 2 식물들의 집, 텃밭
비록 지붕은 없더라도
봄이 오는 소리
정직한 땅
기다림 뒤에 오는 것
절기를 따라야
잡초가 약초
어제보다 더 감사한 오늘
텃밭에서 식탁으로
내 몸에 귀 기울이기
수확의 기쁨
Part 3 정원, 계절이 자라는 곳
정원을 가진다는 것
하얀 정원
보라색 정원
어느새 사는 곳을 닮아가고 있다
쌓인 눈 속에서도 봄은 움트고
계절을 바구니에 담아서
Part 4 모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리의 선물
백설이와 슬기 이야기
살아 숨 쉬기 위해
강둑의 바람을 견디던 윈디
가축이기 이전에 생명
[Epilogue] 내 안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