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들을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 - 최인석 장편소설
“사는 것인가, 연기하는 것인가!”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줌인(Zoom-In)한 잡동사니 현실!
“현실이라는 서사의 두 얼굴,
그 포커페이스에 가린 진실을 인터뷰하다”
‘현실, 그것은 얼마나 많은 가상이 모여 이뤄진 것인가.’
한국 문단의 중견 작가 최인석 소설가가 이번에 장편소설 『투기꾼들은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을 펴냈다. 패기 있는 어느 신인보다 왕성한 필력으로 매번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요즘 한창 대중에게 익숙한 소통 방식을 소설적 구성에 접목하여, 전통적 서사를 거스르는 실험적 소설을 실천문학사를 통해 상재했다.
요즘 ‘리얼(real)’을 표방하는 대세인 TV 프로그램들을 보면 유독 눈에 띄는 공통점들이 있다. 그리고 거기엔 묘하게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출연자들의 ‘속마음’을 인터뷰하여 당시 상황의 심정을 토로하게 함으로써 카메라에 읽히지 않은 출연자들의 심리를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것. 물론 그마저도 허구일 수 있지만 어쨌든 시청자들은 보여지는 것 너머의 진실이 궁금할 때가 있다. 작가는 이것의 이점을 작품에서 극대화했다. 그럼으로써 ‘현실’이라는 서사를 ‘가상’ 혹은 ‘연기’로 비트는 방식으로, 작가는 진심을 감추고 타인에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재편되는 삶이라는 현실의 양면성과 우리 안에 감춰진 삶의 진실을 치열하게 탐색하고 있다.
그들이 ‘구름다리’ 펜션에 모인 까닭은?
『투기꾼들을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은 제목 그대로 안개 자욱한 강을 끼고 있는 ‘구름다리’ 펜션에 <투기꾼들> 영화의 투자 및 제작을 앞둔 제작사, 감독, 배우, 평론가, 투자자 들이 일종의 단합회 성격의 모임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가족을 퀘벡에 둔 기러기 아빠로 구름다리 펜션을 운영하는 김시헌, 그와 마찬가지로 인근에서 펜션업을 하고 있는 퇴역 장교 한만수, 그의 아내 안미순, 영화제작사의 구영서 부장, 영화평론가 심연우, 그리고 배우 박성근과 임정아, 여기에 감독과 조감독까지 모두 영화제작이라는 하나의 이해관계로 펜션에 모인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사, 과거, 속사정 등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목적, <투기꾼들> 영화를 위해 ‘진심’은 꽁꽁 동여맨 채 이들은 밤새 질펀한 술자리와 입담, 그리고 포커 게임 등으로 ‘억지스럽게’ 자리를 이어간다. ‘멤버십 트레이닝’이라지만 모두 포커페이스를 한 채로. 여기에서 ‘단합’이란 뿔뿔이 흩어진 채 제각각인 모순의 상태와 다름없다. 술기운에 기댄 몽롱하고 현실감 떨어지는 이들의 대화와 취기 어린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은 마치 연극에서의 그것처럼 사실성을 담보한 은유적 발화와 상황으로 전개된다. 장과 막을 구분하듯 펼쳐지는 비약적인 상황과 서사들, 여기에 최인석 작가만의 소설적 앵글이 가동된다. 작가는 작품에서 이러한 것을 의도적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적 기법과 인터뷰 형식으로 현실로 둔갑한 ‘가상’이라는 진실을 담아내었다. ‘구름다리’ 펜션은 표면적으로 <투기꾼들> 영화를 위한 회합 장소이기 전, 포커페이스를 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적 삶의 ‘무대’인 셈이다.
오디션 무대에 선 배우 같은 인생들을 위하여…
<투기꾼들> 제작 결정이 확정되었음에도 감독과 배우, 투자자들을 유리하게 요리하기 위해 그 사사실을 숨기는 영화제작사의 구영서 부장, 캐스팅이 되었음에도 그곳에 모인 영화 관계자들의 환심을 잃지 않으려고 억지스레 자리를 지키는 여배우 임정아처럼, 우리는 오디션 배우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한만수 퇴역 장군을 향한 모종의 음모처럼 이해와 상식을 초월해 맥락 없이 우리 자신을 모함하고 속이듯 펼쳐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작가는 마치 각 개인이 인식하는 현실의 차이를 보여준다. 모든 서사는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어 왜곡되듯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웅변하듯이 말이다. 이렇듯 작가는 자본주의 자기장 안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의 허와 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삶의 방편으로 직업이 배우가 아닌데도, ‘진짜’ 배우로 ‘삶’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패’를 상대에게 숨기며 살아가는, 뒤틀린 서사를 써 내려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영화의 한 신처럼 소설이라는 그만의 앵글로 포착했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정은경은 이러한 소설적 현실에 대해 “‘진짜’란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하며, 파편적이며 거짓말이고 분열적이다”라고 하며, 이번 최인석 소설이 허구적 삶이 보여주는 ‘진짜(real)’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1953년 전북 남원 출생. 1986년 월간 『소설문학』장편소설 공모에 『구경꾼』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잠과 늪> <새떼> <내 마음에는 악어가 산다> <안에서 바깥에서> <내가 사랑한 귀신>, 소설집 <인형만들기> <내 영혼의 우물> 등이 있다.
프롤로그
공연
투자자들을 위한 인터뷰
고기는 늘 남는다
귀신도 모르는 인터뷰
펜션 구름다리
붉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광장
암전
파가니니를 위한 인터뷰
형광빛 오르가슴
잃어버린 사랑을 위한 인터뷰
꽃과 쥐
M16이 있는 뷔페
악어
악어 떼
바람 소리 불변함은
세상의 모든 아비 어미
에필로그
해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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