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 지금 여자에게는 더 많은 권력이 필요하다
여성이 권력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실제로 쟁취하기란 구조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여성 자신도 권력을 가지기를 주저하고 회피하도록 내면화되어 왔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와 무능, 부패가 드러난 우리나라에서 여성과 권력은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외면받을 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불평등과 부조리의 하나인 성차별은 결국 여성이 지금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만 해결될 수 있다. 더욱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점유가 제한적이고 턱없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이 문제 해결을 보류하고 더 시급하다고 여겨지는 의제들에 우선순위를 내준다면, 그 어떤 정치, 사회적 진보를 성취한다 해도 그 진보는 불완전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레베카 라인하르트는 이 책에서 현대 여성이 충분한 교육을 받고 각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왜 무기력과 자발적 착취에 시달리는지를 살펴보고 심각한 권력 불균형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철학 컨설팅/임상철학 분야에서 저명한 저자답게 다양한 철학 텍스트와 역사상 실존했던 여성들을 근거로 삼아 여성이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일상적 전략을 제시한다. 정치의 영역만이 아니라 직장과 가정, 인간관계에서 자기혐오와 대처 불가능 상태에 빠진 여성들에게 자신을 정당하게 바라보고 말과 행동으로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보여 준다.
◈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현대 여성은 양심의 가책과 타인(특히 다른 여성)과의 비교, 자기 착취의 달인이다. 일과 사랑, 가정, 인간관계에서 100퍼센트를 해내야 한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해내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이 과정에서 자신보다 그 불가능한 목표를 잘 수행하는 듯 보이는 남성, 그리고 주로 다른 여성과의 비교를 통해 무력감에 빠진다. 이러한 타인-외부 지향적 삶에 자신의 감정이나 시간, 행복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저자는 이처럼 완벽주의자 여성이 비교와 가책을 통해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여기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게 해 줄 권력을 가지려는 도전은 하지 않는다/못한다고 말한다.
점점 가속화되는 자기 착취에 시달리는 여성이 선택하는 생존법은 입을 다물고 ‘예스’를 남발하며 ‘얌전한 소녀’로 남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성별 규범을 습득하고 이에 적합한 말과 행동을 수행하려 애쓴다. 예를 들어 여성은 ‘그렇지만’ 수사법(“협상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운 좋게 쉬운 파트너를 만났다”)과 ‘질질 늘어지는 껌 문장’(“번거로우시겠지만 결산을 다시 점검하는 게 어떨까요?”)의 달인이다. 두려움과 경쟁심의 대상이 되기보다 사랑받고 안전하게 여겨지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고 업적이나 공을 경쟁자(특히 남성)가 가로채더라도 결코 무대에 올라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배려심 많고 사랑스러운 여성에겐 늘 양보하고 순응하는 배역이 주어질 뿐이며 그녀의 무력감과 가책, 자기 착취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 어떻게 철학을 통해 권력을 가질 것인가
20세기 이후 여성이 남성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다양한 유파의 페미니즘 윤리학이나 신경생물학이 등장했다. 여성의 전통적 성역할인 ‘보살핌care’을 윤리적 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보살핌의 윤리care ethics나 옥시토신을 더 많이 가진 여성이 평화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이라는 신경생물학 일각의 주장이 그렇다. 또한 여성이 보다 관계 지향적이고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주장은 흔히 통용되는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이 모두 전통적 여성성을 강화하고 여성이 더 도덕적이기에 본래 부도덕한 권력에는 관심이 없다는 편견을 재생산한다.
권력은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나와 타인을 행동하게 하는 잠재력일 뿐이다. 실제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미성숙 상태를 자각하고, 주체적인 한 인간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로운 개인이 되는 데 뜻을 함께하는 무리와 어울리고, 서로의 발전을 북돋아 주며, 나의 욕망과 성취를 위해 싸움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에 제시된 철학적 전략을 통해 여성은 자유와 독립, 영향력, 연대를 얻게 될 것이며 그때가 바로 권력과 도덕이 멋지게 결합하는 순간이다.
독일의 대중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1972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 베를린 자유대학 등에서 철학과 영문학, 이탈리아 문학을 공부했고 현대 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 컨설턴트/임상철학자로 상담소와 대학 병원에서 상담 활동을 하며 기업가와 정신과 전문의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철학 잡지의 편집자이며『마음이 아픈데 왜 철학자를 만날까Die Sinn-Diat』,『방황의 기술Odysseus oder die Kunst des Irrens』등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들어가는 말 | 권력이란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
1부 벼랑 끝에 선 여성들: 구박덩어리 · 짐꾼 · 어릿광대
2부 재갈 물린 여성들: 부서지는 뇌와 생각의 공사 현장
3부 수염 없는 여성들: 양의 탈을 쓴 양
맺는 말 | 거품 스타가 보내는 메시지
감사의 글
주석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