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소매업
남편의 코트에서 낯선 샌달우드 향이 났다. 그것은 배신의 증거가 아니라, 그가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파멸의 신호탄이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아내 ‘지혜’. 그녀의 명료한 빛은 남편 ‘정재’에게 안식이 아닌 굴욕이었다. 아내의 성공이 커질수록 정재의 자존감은 곰팡이처럼 퍼져나갔고 그는 결국 가장 낮고 눅눅한 곳으로 숨어든다.
그곳은 바로 ‘감정 소매업’이 판치는 소셜 미디어의 뒷골목. 그곳에는 ‘좋아요’라는 미량 화폐를 구걸하며 자신의 상처를 예술로 포장하는 남자들과 그 남자의 상처를 핥아주며 생존하는 감정의 포식자 ‘유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이해해주는 건 너뿐이야.” 예술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던져진 저렴한 문장들. 그것은 사랑일까 위로일까 아니면 배출할 곳 없는 욕망의 하수구일까?
이 소설은 단단한 자기 질서를 가진 한 여성이, 감정의 장터에서 스스로를 팔아 치우는 남자들의 저열함을 어떻게 해부하고 작별하는지 서늘하고 관능적인 필치로 그려낸다.
지금 당신의 관계는 건강한가?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그림자를 사랑하며 기꺼이 감정의 노예가 되어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