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봐, 꿈이었잖아!
프로이트 이전의 ‘꿈’은 여성작가들에게 글쓰기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남성들에게 쓸모없는 것으로 버려진 무대를 교두보로 여성작가들은 유령소설을 특화된 장르로 선보이기 시작한다. 최면, 예지몽, 영매술, 강신술 등의 심령현상은 꿈을 통한 여성들의 목소리에 더욱더 자유를 주는 고성능 확성기로 쓰인다. 꿈에서, 최면에 걸려서, 망자의 혼과 접신한 영매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목소리는 훨씬 더 날이 섰고 훨씬 덜 제약을 받았다.
「거봐, 꿈이었잖아! Behold, It Was A Dream!」(1872)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브로턴은 유혈이 낭자한 핏빛 살인 현장에 자신의 목소리를 얄미울 정도로 능청스럽고 영리하게 눌러 담는다. 노처녀 다이나는 역시나 같은 처지였다가 늙은 ‘영감님’과 결혼해 행복한 전원생활 중인 친구 제인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는 것. 행동하는 여자 다이나는 곧바로 출발한다. 멀고먼 길을 뱃멀미와 차멀미의 연타에 기진맥진해 도착한 친구의 시골집, 아담하고 안락하다. 친구와 그녀의 영감님도 예상대로 행복해 보인다.
이날 밤 다이나가 너무도 생생해서 진짜 같은 악몽을 꾼 게 문제의 발단이다. 친구 부부가 그들의 방에서 귀에서 귀까지 목이 잘린 채 죽어있는 광경을 본 것. 뿐만 아니라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낫을 든 범인의 얼굴까지…… 다이나는 예지몽이라고 불안해하며 친구 부부를 걱정하고, 친구 부부는 불안해하면서도 불쾌해한다.─ 미스터고딕 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