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의 발자국
어느 날은, 오래 전 마을 잡화점에서 산 10전 짜리 잡기장의 표지 그림을 떠올릴 때도 있지. 눈 속에 절반쯤 파묻혀 저녁 햇살을 받고 있는 한 채의 산막과 그 건너편의 저녁놀에 물든 숲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과 개― ― 그런 그림엽서 같은 판에 박힌 듯 한 그림이지. 어느 날 그 잡기장을 사 와서 내가 별 생각 없이 그 표지 그림을 스위스 근방의 설경일거라 생각하며 보고 있었더니 하숙집 주인이 옆에서 그 그림을 들여다보고는 그건 *가루이자와(?井?) 그림이로군, 하며 조금도 의심 없이 말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나까지도 이 그림은 어쩌면 가루이자와의 어디쯤이 겨울이 되어 완전히 눈에 파묻혀 버리면 영락없이 이 그림엽서의 그림과 똑 같은 풍경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불현듯 이런 엽서의 그림 같은 산막에서 한 겨울 개나 데리고 살고 싶어지더군.
-책 속에서-
눈 위의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