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보는 법 - 지식의 집을 잘 짓고 돌보기 위하여
지금 당신은 당신이 보는 사전을 믿을 수 있습니까?
단어 하나를 놓고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누군가 나서서 “이러지 말고 사전 찾아보자”는 말을 합니다. 사전이 균형 잡힌 선생님, 정제된 정보원의 역할을 해 줄 거라 기대하는 거죠. 물론 사전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풀이를 만날 때도 있고, 내가 찾는 확장된 의미까지 수록하지 않아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생소한 단어를 만나면 사전을 찾았습니다. 무슨 뜻인지, 어떻게 쓰면 되는지 사전의 뜻풀이와 예문을 참고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검색 창에 묻습니다.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전혀 모르는 말이 올라오면 사전보다는 바로 그 창에 단어를 집어넣거나 유튜브, SNS 검색 창에 물어봅니다. 그러면 더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제 사람들은 사전이 주는 정보를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지식보다는 가벼운 참고 자료 정도로 여기는 듯합니다. 더 이상 사전을 ‘믿고 봐도 되는 책’, ‘지식을 압축해 집대성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전 보는 법을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전 보는 법』의 저자 정철은 네이버, 다음, 카카오를 거치며 한국 웹 사전의 기본 틀을 디자인한 웹 사전 기획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인 사전을 보존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편리하게 공유하려고 오랜 기간 수많은 사전을 웹에 옮겨 심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인 종이 사전이 10년, 아니 20~30년 넘도록 개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사전을 의심하고 걱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지금 사전은 못 믿을 책이며, 그렇기에 보는 사람 스스로 ‘이게 맞을까?’ 하는 정도의 확인 절차는 거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의심하며 보아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나아가 그렇게 볼 바에는 아예 보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설득합니다. 조금 못 믿을 책이라도 아예 필요 없는 물건은 아니며, 잘만 다루면 여전히 강력한 도구로 쓸 수 있다고요.
『사전 보는 법』은 이런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 모두 사전 대신 검색을 이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검색의 근간에는 사전이 있습니다. 좋은 사전 없이는 만족할 만한 검색 결과도 얻을 수 없고요. 사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보고 많이 이야기하는 겁니다. 어떻게 볼 것인지, 누구에게 불만을 제기해야 하는지,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미래의 사전은 어떤 관점으로 구상할 것인지 등 저자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사전의 일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이야기합니다.
질문하며 읽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사전―
이제 ‘찾아보는 사전’이 아니라 ‘읽는 사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검색의 시대에 다시 사전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미 출간된 사전은 다수가 검색 창 안으로 들어갔고, 검색은 두껍고 무거운 사전 여러 권을 뒤적여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니까요. 그렇다면 사전은 앞으로 점점 더 멀어져 완전히 그 역할을 잃게 될까요? 새로운 사전을 기대하거나 언어의 변화 속도를 따라 개정되는 사전을 얻기는 아무래도 어려울까요?
저자는 이미 검색이 사전을 대신하고 더 이상 기계적인 뜻풀이를 보려고 사전을 펴는 사람이 없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각각의 사전이 개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미건조하고 객관적인 뜻풀이가 아니라 읽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관점을 가진 사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요. 실제로 근대 최초의 백과사전인 『백과전서』의 대표 편찬자 드니 디드로는 “『백과전서』를 통해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무려 4천만 부가 팔린 일본의 대표 국어사전 『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역시 “사전은 문명 비판”이라는 신념을 갖고 “읽는 재미”가 있는 사전을 만들고자 한 두 편찬자의 고민에서 시작되었지요.
저자는 평소에 사전을 이용하고, 사전을 비판적으로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이야기합니다. 자기만의 관점을 정립하고 생각을 성장시키는 일이며 좋은 사전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요. 공부하는 사람에게 좋은 사전은 ‘믿을 만한 지식의 집’과도 같습니다. 『사전 보는 법』은 바로 이 집을 잘 짓고 돌보는 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네이버, 다음, 카카오를 거치며 한국 웹 사전의 기본 틀을 디자인한 웹 사전 기획자. IT업계에서 일하면서도 계속 사전이라는 오래된 매체를 좋아했다. 음악도 스트리밍보다는 옛날 미디어인 CD와 LP로 듣는 것을 선호하고 얼마 전에는 미출간 고전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를 만들었다. IT와 교양을 어떻게 이을 것인가를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위키백과의 열혈 편집자이며 한국위키미디어협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사전을 소재로 『검색, 사전을 삼키다』,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공저)을, 음악을 소재로 『프로그레시브 록 명반 가이드북』을 썼다. 지금은 명반 가이드북 두 번째 편을 준비하며 일본 메이지 유신 시기의 중요한 고전들을 탐색하고 있다.
pinkcrimson@gmail.com
http://fb.com/extraword
들어가는 말
1 사전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2 사전에 대한 세 영화
3 어학사전과 백과사전
4 검색과 사전
5 어떤 사전을 선택할 것인가
6 사전의 뜻풀이와 예문
7 위키백과와 나무위키
8 사전, 통일, 정체성
9 사전의 두 철학: 규범성과 기술성
10 사전이 담아내야 할 ‘진동’과 ‘파동’
11 ‘검색 실패어’와 신조어
12 미래의 사전
+ 사전 사용법
++ 사의 사전 이용 방식(종이 사전+웹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