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철학 -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하는 18가지 마음 수업
네 마리의 고양이들, 생태철학자 집사에게
철학의 중요한 개념들에 대한 통찰을 던지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인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반려동물들을 위한 복지제도 개선 등을 목적으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조사가 추가되기도 했다. 고양이나 개와 같은 동물은 이제 야생의 길들여지지 않는 생명이 아닌, 인간의 곁에서 함께 삶을 나누고, 감정을 주고받는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이 책 (묘한 철학)은 문래동 예술촌에서 ‘철학공방 별난’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생태철학 연구자인 저자가 지난 8년간 순차적으로 네 마리의 길냥이들을 입양하고 이들의 집사로 살아가면서 얻은 철학적 지혜를 유쾌하게 풀어낸 교양 에세이이다. 동료 연구자 및 활동가들과 함께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을 결성하여 기후 위기와 생명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고 전환사회로 나아갈 지혜를 모색하는 등, 공동체 운동, 사회적 경제, 생태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대심이’, ‘달공이’, ‘모모’, ‘또봄이’라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동물권, 생명 철학의 실제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철학공방 별난’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별난 고양이들이 들어오기 전, 저희들이 꾸려가던 공간은 상당히 무미건조한 인문학 공간이었지요. 당시에 저는 이론상으로만 생태철학, 생명철학, 동물권 등을 공부하고 있었지, 현실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일단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저희 연구실 주변의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던 길냥이들을 하나둘 안으로 들이면서 식구가 자그마치 넷이나 더 늘어나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제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이론으로 알던 동물권, 생명철학과는 많은 차이가 났습니다. 그것은 먹고, 싸고, 싸우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입체적인 동물과의 접촉이었지요.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매일을 부대끼다 보면 왠지 고고한 인문학의 세계에서 돌연 현실의 세계로 내려온 기분이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와 타인의 관계, 사랑과 욕망, 자연과의 공존과 상생 등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
총 18개의 수업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미셸 푸코의 ‘자기통치’ 개념과 펠릭스 가타리의 ‘횡단’과 ‘배치’ 개념에서부터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 개념, 자크 데리다의 ‘환대’ 개념, 피터 싱어의 ‘유정성’과 ‘가장자리 효과’ 개념에 이르기까지, 줄곧 난해하다고 여겨져 왔던 철학적 개념들을 고양이들의 생태 및 습성과 연결 지어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태철학자로서의 시선을 더해 해당 개념들의 지평을 한층 더 확장한 저자의 관점은 신선하고도 따뜻하다.
철학자 집사의 눈을 통과하면 고양이의 ‘그루밍’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관계를 잘 맺고 스스로를 잘 돌보는 일의 고귀함을 일깨워주는 장면으로 의미화가 이루어진다.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꾹꾹이’는 사랑하는 타인과 합일되고 싶은 욕망인 ‘우주되기’의 개념을 소환해내고, 고양이가 자신의 배를 ‘발라당’ 드러내 보이며 격렬히 반기는 모습은 자크 데리다가 이야기했던 ‘환대’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생명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가끔 연구실 창문을 열어두면 대심이는 창가에 앉아 먼 하늘을 응시하곤 합니다. 대심이가 수행자처럼 고요하게 앉아 있으면 저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곤 합니다. 그러면 대심이는 박자에 맞추어 꼬리를 살며시 흔들면서 빌딩숲 너머를 바라봅니다. 그러고 나서 이윽고 그루밍을 하며 몸을 바르게 정돈합니다. 그 수행과 수양을 자기연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마(練磨)의 뜻을 한자 그대로 풀면 돌이나 쇠붙이 등을 갈고닦는 것인데, 대심이의 그루밍은 자기 자신의 마음과 몸을 갈고닦는다는 점에서 자기연마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고양이의 그루밍은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닦고 정갈히 합니다. 자신을 온전히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저는 고양이로부터 우리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간혹 고양이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고양이를 핥아주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는 자기연마를 넘어선 정동(affect)과 사랑, 돌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 <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 자기통치> 중에서
고양이의 생태와 철학의 주요한 개념을 씨줄과 날줄처럼 잘 교직해낸 문장을 읽는 즐거움에 더해 (묘한 철학)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저자가 네 마리의 고양이들을 집 안에 하나둘 들이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소묘 같은 장면들을 읽는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8년차 집사인 저자와 저자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고양이들을 돌보고 챙기는 저자의 아내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묘르신’ 대심이부터 다정다감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달공이, 쾌활하고 발랄한 모모, 오랫동안 길거리에 방치된 탓에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은 애꾸냥이자 애교 많은 막내인 또봄이까지, ‘2인 4묘’가 함께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돌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마음으로 되새기게 된다.
저의 집사 철학은 화려한 철학적 언변으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사실 고양이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사다난한 과업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명은 그대로 두어도 ‘자란다’라는 자연주의 사상과 생명을 ‘키운다’라는 문명의 사상 사이에 양육자가 존재합니다. 생명은 ‘자라면서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이 스스로 잘 발아하고 꽃피울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독려하고, 양육하고, 부추겨야 합니다. 그것이 양육자의 임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너를 돌봄으로써 내가 성장하는 기적: 스튜어드십> 중에서
“소중한 것들이 내일도 우리 곁에 있기를 희망합니다.”
고양이로부터 배운 가장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묘한 철학)은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이들을 8년간 돌봐온 철학자 집사가 함께 지낸 일상이 담긴 생동감 가득한 동거 일기이자 동시에 고양이의 다양한 행동을 밀착해 들여다본 성실한 관찰 일지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고양이들의 행동들로부터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낸 한 편의 우아하고도 선한 깨달음이 담긴 매력적인 교양서이다.
저자는 책에서 네 마리의 고양이들을 만난 일은 자신의 삶에서 크나큰 행운이라고 고백한다. 더불어서 그 작은 고양이들이 이 지구를 생명이 살아갈 만한 곳으로 만들어달라고 자신들의 존재로서 주장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생명과 더불어 살아감을 통해 우리가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미덕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진솔하게 전달한다. 동물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일상에서 실천해나간 한 생태철학자 집사의 인상적인 에콜로지인 이 책은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는 지금 시대에 다시금 삶과 공존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작은 생명인 고양이는 그 실존을 통해, 그 자리를 통해, 그 배치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달라고 말이지요. 고양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분명 인간도 행복한 세상일 것입니다. 작은 고양이의 생명력과 활력을 존중하는 사회는 소수자와 여성, 이주민의 권리와 잠재력에도 눈뜬 사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구별 고양이들 대심이, 달공이, 모모, 또봄이의 집사라는 사실이 크나큰 행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행복의 씨줄 날줄을 엮어 가며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큰 의미입니다.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모두 잠든 연구실에서 저는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 의해서 도처에서 계속될 것임을 예감합니다. 실험과 실천은 계속될 것입니다. 생명과 삶은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생명 평화의 미래는 계속될 것입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 작은 고양이들에 대한 사랑은 영원성을 약속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반려의 참의미라는 생각도 듭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문래동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면서 공동체운동과 사회적 경제, 생태철학 등을 친구들과 더불어 공부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의 『세 가지 생태학』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줄곧 생태 철학을 연구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연구자, 활동가들과 함께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기후 변화와 생명 위기 시대를 극복하고 전환 사회를 만드는 지혜를 탐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묘한 철학』, 『가난의 서재』,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 『생태계의 도표』, 『모두의 혁명법』, 『탄소자본주의』, 『구성주의와 자율성』, 『마트가 우리에게 빼앗은 것들』 등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 『체게바라와 여행하는 법』 등이 있다.
프롤로그: 네 마리의 반려묘들이 알려준 생명과 사랑의 철학
1부 영원(ETERNITY)_고양이에게 배운 행복의 의미
Lesson 1. 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 자기통치 (미셸 푸코)
Lesson 2. 진정한 합일에 관하여: 우주되기 (대니얼 스턴)
Lesson 3. 나를 뛰어넘는 용기가 필요할 때: 횡단 (펠릭스 가타리)
Lesson 4. 반복이 빚어내는 새로움: 편위 (에피쿠로스)
Lesson 5. 떠나지 않고서도 여행하는 법: 노마드 (들뢰즈와 가타리)
Lesson 6. 내 옆에 네가 놓여 우리가 된다는 것: 배치 (펠릭스 가타리)
2부 생명(LIFE)_고양이에게서 배운 삶의 소중함
Lesson 7. 생명은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 공생진화 (린 마굴리스)
Lesson 8. ‘지금, 여기, 내 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 실존 (장 폴 사르트르)
Lesson 9. 너를 돌봄으로써 내가 성장하는 기적: 스튜어드십 (웬델 베리)
Lesson 10. 나와 무관한 삶에 손을 건네면: 환대 (자크 데리다)
Lesson 11. 표현을 관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표현양상 (펠릭스 가타리)
Lesson 12.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욕망의 진면목: 야성성 (막스 호르크하이머)
3부 함께(TOGETHER)_고양이에게 배운 미래의 희망
Lesson 13. 타자의 고통을 내 것으로 여기는 마음: 유정성 (피터 싱어)
Lesson 14.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존엄한 권리: 내재적 가치 (톰 리건)
Lesson 15.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원한 마음: 무의식 (자크 라캉)
Lesson 16. 연약하지만 강한 생명의 자리: 가장자리 효과 (피터 싱어)
Lesson 17. 삶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순간: 반(反)기억 생성 (들뢰즈와 가타리)
Lesson 18. 해방과 자유를 향한 아름다운 탈주: 욕망 (빌헬름 라이히)
에필로그: 반려, 지구별에서 고양이와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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