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외출 - 김유자 수필집
한밤중에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번쩍거리더니 세찬 비가 내린다. 가을이 끝날 무렵에 들리는 빗소리는 한층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침 일찍 내가 사는 강화까지 찾아온 이들은 중학교 2학년인 딸과 그녀의 부모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한창 재잘대며 놀고, 자신의 꿈을 향해 공부해야 할 14살의 소녀가 학교 가기를 거부했다. 아직 볼살이 채 빠지지 않은, 오똑한 콧날과 도톰한 입술을 가진 그녀는 마치 동화나라 주인공 같은 표정과 허공을 향해 이를 앙다물고 앉아 굳은 자세는 묘한 대조를 이루며 슬픔을 자아냈다.
지난 주 일요일에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이미 일주일째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자신과 학교 친구들, 그리고 가족에 대해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기에 일주일만에 만난 그녀의 돌덩이마냥 딱딱하게 굳어 접혀 있는 몸짓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