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핫하고 시크하고 싶은 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
이 책은 쇼핑을 ‘즐기는 것’이 젊은 여성들이나 돈 많은 귀부인들만의 영역이라는 세간의 오해를 풀어준다. ‘도대체 제일 비싼 수트가 빼빼 마른 중학생 애들이나 입을 만한 사이즈란 게 말이나 되냐며’ 툴툴대던 중년 여성은 ‘탈의실 거울에 비친 이 아름다운 여자를 이렇게까지 해서야 만나게 되다니’라며 한숨 어린 기쁨을 내뱉는다. 전에는 아무도 예순 넘은 할아버지가 손자와 똑같은 셔츠를 입을 수 있다거나 입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이충걸은 일흔 살이 되자 인생의 서막이 시작되었음을 알았다던 오노 요코의 말을 빌려 나이를 먹는 게 부도덕한 일이 되어버리는 패션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새로운 개혁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한다.
옛날 문화는 음악과 문학과 건축으로 정의되었지만, 후기 산업사회의 모든 도회적 삶은 쇼핑으로 침윤되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이 아닌 소비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21세기는 ‘소비’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사회, 패션과 문화와 음식과 주택과 자동차, 심지어 정치와 경제, 환경까지 소비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소비’라는 단어로 관통한 첫 번째 책인 동시에, 남자가 말하는 여자의 소비욕구를 처음으로 다룬 책이면서, ‘핫하고 시크하고 싶은 남녀노소의 욕망’을 인정하고 박수를 보내는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분초를 다투는 잡지 마감을 코앞에 두고도, 끝없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비어져 나오는 자질구레한 일들에 둘러싸여도, 그의 입에서는 항상 포기되지 않는 말이 있다. “아! 행복해.” 모든 식견을 동원해도 도저히 가늠되지 않는 그의 외모는 바로 상대방까지 달콤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삶의 컨셉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GQ KOREA》를 창간함으로써 남성 잡지 시장의 불모지인 한국에 조금씩 안타를 쳐 나가고 있는 그가, 인터뷰한 글들을 모은 첫 번째 책 《해를 등지고 놀다》에 이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글로 담았다. 가끔은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잘난 아들의 기세에 생의 전체가 티끌처럼 허무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철부지 같은 아들의 하루가 걱정스러워 자신의 하루 또한 외줄 타기 곡예처럼 불안해지기도 하며, 가끔은 다 자란 아들의 쑥스러움이 표현해 내지 못하는 사랑을 발견하고는 삶의 고단함을 일순간에 털어 버리고 마는 어머니,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가슴 한구석을 통째로 덜어 낸 듯한 싸한 느낌을 주는 존재일 것이다. 어머니와 늘 함께하는 그의 이야기 속에는 그런 마음을 통째로 반사시키는 거울이 들어 있다. 아들을 생각하며 단추 하나라도 더 달아 맛있는 것을 사 주어야 한다는, 결코 채워질 수없는 밑 빠진 옹기 같은 어머니의 사랑을 보여 주는 거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