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어떤 시인이 큰 시인을 친견하고 하룻밤 묵으며 가르침을 받기를 청했습니다.
“상(相)이 있는 사람은 여기서 잘 수 없다.”
“저는 등단했고 시집도 몇 권 냈기에 상이랄 게 없습니다.”
그러자 큰 시인은 씩 웃으며 불렀습니다.
“시인님.”
“예.”
“등단한 지 몇 년이 되었는고?”
큰 시인은 또 물었습니다.
“자네, 시는 열심히 쓰고 있는가?”
“네, 등단한 이래로 지금까지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가?”
“아직 그게 없어 속 상합니다.”
“그것이 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자네는 여기서 잘 수 없다.”- pp.178-179 -시를 지망하는 K부인에게- 중에서
1953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 관동대 국어교육학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김유정 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문예중앙』 여름호에 「오랑캐꽃을 위하여」 「회화시간」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으며 1987년 첫 시집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 이후 『길찾기』(1989), 『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1990), 『정선 아리랑』(1991), 『치악산』(1996) 등이 있다. 현재 원주 상지전문대학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문
제1부 예술가들
어느 인문주의자의 고별 공연
마종기
공공의 적
제2부 시를 지망하는 K부인에게
제3부 눈앞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