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혼 - 로마에서 아시시까지, 강금실의 가슴으로 걷는 성지순례
‘로마의 방랑자’ 강금실, 걷고, 기도하고, 생각하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 사유하는 지식인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2008년 당시 통합민주당의 18대 총선 선대위원장을 끝으로 정치권에서 변호사로 복귀한 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공부’였다. 사회적으로 점점 더 비중 있는 발언과 행동이 요구됐으나, 젊은 시절 습득한 행위 패턴이 반복되는 좁은 틀 안에 계속 갇혀 있다는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종교와 과학, 생명과 영성, 우주·문명·영성 등 일련의 생명문화 강의를 들으면서, 오랜 기간 한국의 정치사회 구조의 틀에 갇혀 있던 사유의 범주를 우주와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해서 좌표를 재설정해야 하는 필요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
공부 커리큘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화탐방 프로그램이었는데, 가톨릭 신자라면 평생에 한 번 꼭 가고 싶어 하는 로마와 바티칸 시티를 비롯하여 수비아코, 피렌체, 시에나, 아시시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성지를 찾아, 예수와 사도가 걸은 죽음의 길, 그리고 성인들이 갈구한 구도의 길을 직접 보고, 걷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가볍고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종교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이유, 포승줄에 묶인 채 피 흘리며 죽어가면서도 “저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 예수의 마음, 과연 진정한 버림과 헌신, 믿음과 용서란 무엇이며 어찌 하면 불멸에 이를 수 있는가, 예수를 의심한 도마의 자존심,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베드로, 가장 나쁜 적이었으나 예수를 보고 회심한 바오로, 그리고 예수를 배신한 유다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을 던지며, 그 상징들이 던지는 메시지에 고민하고 밤새 뒤척인 흔적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또한 늦깎이 세례를 받으며 가톨릭으로 개종할 수밖에 없었던 괴로움, 역대 최고의 사제로서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 김수환 추기경과의 만남, 흔들리는 신앙심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김영춘 위원과의 추억을 되새기고,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그린 고독한 천재 미켈란젤로, <영원한 도움의 성모 이야기> 같은 이콘의 전설, 그리고 건물마다 보이는 조각상이나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오모 등에 대한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드러낸다. 평생을 엄격하게 그리고 순결하게 살아온 베네딕도 성인과 가난과 작은형제의 상징 프란치스코 성인들의 소박한 삶 역시 성지의 현장에서 생생하게 소개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자 변호사로서, 종교가 소외된 ‘사람’뿐 아니라 소외된 ‘자연’도 함께 염려해야 하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 우주만물의 관계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사랑으로 서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깨달음, 지상의 권력에 대한 깊은 회의에서 예수의 죽음에 대해 쏟아내는 그의 관심은 고즈넉하면서도 강한 울림으로 우리의 가슴에서 메아리친다.
성지순례 길에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때론 화려하고 때론 고요한 성당의 모습, 그리고 조토와 카라바조 등 대가의 그림들이 풍경화처럼 잘 어우러졌기에, 그 울림이 더욱 증폭되는 깊고도 단아한 가톨릭 성지순례 방랑기. 가톨릭 신자에게는 신에 대한 더 진실된 믿음을, 일반 대중에게는 종교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1957년 태어났다. 1983년 9월부터 1996년 1월까지 판사로 재직했고, 2000년 4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법무법인 지평 대표를 맡았다. 2001년 5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부회장으로 일했으며, 2003년 2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법무부 장관, 2006년 열린우리당 서울특별시장 선거 후보, 2008년 1월부터 7월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서른의 당신에게』, 『오래된 영혼』 등의 책을 썼으며, 현재 법무법인 원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첫 여성 로펌 대표, 첫 여성 법무부 장관, 첫 여성 서울시장 후보 등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영역을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온 저자의 여정에는 늘 ‘처음’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성공적으로 걸어온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권에서 법조계로 복귀한 뒤 돌연 공부를 시작했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종교와 과학, 생명과 영성, 그리고 생태와 여성 등의 주제들을 공부하면서, 오랜 기간 화두로 잡고 있었던 권력과 여성에 대한 그간의 생각들을 보다 폭 넓고 깊이 있는 차원으로 다듬어냈다. 여기에 그동안 법조계와 정치 영역에서 일하며 여성으로서 겪은 무수한 체험들을 함께 녹여, 첫 정치 에세이 『생명의 정치』를 세상에 내놓는다.
들어가는 말
I 로마의 방랑자, 기도하다
II 바티칸으로 날아온 뜻밖의 소식
III 고독한 천재,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IV 세속에서 성스러운 공간으로
V 사랑과 배반, 그리고 용서
VI 정돈된 영혼과의 만남
VII 어지러운 세상에 동굴 속에서 홀로 앉아
VIII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IX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X 아이는 천사와 함께 떠났고, 개가 그 뒤를 따라갔다
저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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