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억만장자 제국 - 거대한 불평등의 근원
부의 집중과 거대한 불평등을 조장하는 자본주의의 불편한 진실
이 책은 전 세계 0.1% 부자, 즉 슈퍼부자들의 이야기다. 이들 0.1%에 포함되는 사람과 그 가족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에 불과하지만, 이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우리의 자본주의가 점점 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돈이 마치 블랙홀에 빠져들 듯 점점 더 그들의 세계에 집중되고, 그 나머지 99%의 영역에서는 실업이 증가하고 중산층이 사라지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부의 집중과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있는 0.1% 슈퍼부자 집단의 실체를 여러 매체와 연구자료, 사회과학적 분석방법 등을 이용해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또한 그들이 가진 돈의 권력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ㆍ정치ㆍ문화ㆍ교육제도가 점점 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익경쟁과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부패와 부조리한 현상 등을 파헤친다.
저자는 슈퍼부자들이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불평등한 자본주의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서는 99% 스스로 0.1% 억만장자 제국의 실체를 똑바로 바라보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더 많은 99%가 거대한 불평등의 뒤편에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할수록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생산하지 않는 자들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이상한 세계
지난 2012년 SBS에서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에서는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게 했던 미국이라는 나라가, 오늘날 그 어떤 나라보다도 1%와 99%의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진 곳이 되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해주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것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며, 그 뒤에는 이러한 현상을 조장하는 0.1% 슈퍼부자들의 실체가 가려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슈퍼부자들을 돈의 권력을 이용해 지배하는 계층, 즉 금력(金力) 엘리트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금력 엘리트들은 과거의 부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과거의 부자는 제조와 생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본연의 자본주의 구조를 통해 돈을 번 반면, 금력 엘리트들은 생산하지 않는 경제, 즉 돈이 돈을 만들어내는 금융세계에서 대부분의 재산을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폴 크루그먼은 그 단적인 사례로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경쟁했던 밋 롬니와 그의 아버지 조지 롬니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묘사한다. 조지 롬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세금도 성실히 납세해가며 재산을 축적한 반면, 아들 밋 롬니는 대부분의 재산을 금융기법을 통해 벌었으며, 자신의 부를 어디에 이용했는지를 밝히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줄기차게 부자감세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돈을 버는 데 있어서는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것이 오늘날 슈퍼부자들의 자화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억만장자 제국을 지지하는 권력의 핵심, 금력복합체
‘성서 외전(外典)에 따르면, 지배계층이란 아무도 그들의 사회학에 대해 감히 글을 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라는 한 독일 일간지의 표현처럼, 슈퍼부자들의 실체는 좀처럼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사회적 가치가 분배되는 현장에서 몸을 가린 채로, 그들이 사회 전체 노동자에 의존해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한편, 오히려 이와 반대로 전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선행을 베푸는’ 그들에게 의존해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심어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프랑스의 사회학자 마테 도강은 ‘그들은 다스리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지도 않으며, 문화를 생산해내지도 않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다스리게 하고, 분배하게 하고, 고안하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이러한 지배현상은 금력 엘리트를 중심으로 계층적으로 구성된 ‘금력복합체’라는 엘리트 네트워크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이 책에서 이러한 네트워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금력복합체 내에서 금력 엘리트 집단의 바로 하위 계층을 이루는 집단은 금융 및 거대 기업집단 엘리트들이다. 주로 은행가와 거대기업 최고경영자로 이루어진 이들 집단에서는 슈퍼부자들에게서 돈을 받아 끊임없이 새로운 자본축적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고객과 스스로의 이익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 그 하위 계층으로는 정치 엘리트 집단이 있다. 이들은 주로 각 국가의 정부와 의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지나치게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아래에서 위로’ 사회적 부를 이전해주는 분배모델을 만들어낸다. 금력복합체 제일 주변부에는 기능 및 지식 엘리트 집단이 있다. 주로 정치관료나 언론계 거물, 싱크탱크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 집단에서는 금력 엘리트에 의한 지배체제의 정당성을 대중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부실한 금융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투여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공부문의 운영이 민간기업의 손에 넘어가고, 싱크탱크 같은 연구기관과 언론매체들이 개미들이 손해를 보고 물러난 금융시장을 향해 ‘호황이 이어질 듯!’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이유가 모두, ‘단기이익 확대’라는 모토 아래 여러 엘리트 집단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 내에서는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필연적으로 ‘부패와 부조리함’이라는 특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며, 무엇보다 ‘권력이 돈으로 치환될 뿐 아니라, 돈의 가치가 권력화된다’는 슈퍼부자들의 인식이 더 강하게 구축된다고 한다. 심지어 이러한 네트워크 특성 덕분에 ‘어쩌면 억만장자들에게는 미국 대통령을 손에 넣고 주무르는 것이 70미터짜리 호화요트를 마련하는 것보다 돈이 적게 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부문화의 진실과 모든 책임을 피해 국적을 버리는 부자들
이 책은 부자들의 기부문화에 대해서도 특별한 시각을 제공한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기부서약으로 대표되는 부자들의 기부문화로 인해 많은 돈들이 모였지만, 실제로 그 돈 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인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거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레이치 역시 ‘모든 자선 기부금의 약 10%만이 실제로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저자는 부자들의 기부금 중 상당 부분이 그들이 세운 재단으로 들어가며, 그것은 자선보다는 주로 세금회피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책은 기부에 동참한 상당수의 부자들이 ‘교육’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들이 교육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전 세계 차원의 교육 프로젝트 같은 문제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는 부자들의 기부에 의지하기 보다는, 그들의 조세회피와 조세포탈을 원천적으로 막고, 국제적인 금융이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여 거둬들인 돈으로 그러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처럼 기부를 통해 사회적인 신망을 얻는 한편, 세금회피 등을 이용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부자들의 기부문화를 두고 ‘기부서약은 1급 해적질’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책은 이처럼 부자들이 세금을 포함한 사회적인 책임들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부자문화 하나를 포착한다. 바로 국적을 버리고 유목민 생활을 선택하는 부자들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인 에두아르두 사베린은 페이스북의 주식을 상장할 때 내야 하는 수억 달러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아주 적절한 시점에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들 두고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에서는 그들은 마치 ‘애초부터 자신들에게 국적 따위는 없었다는 듯 산다’고 표현했다.
물론 이들의 유목생활은 양들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돌아다니는 유목민들과는 당연히 차원이 다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슈퍼부자들은 전형적으로 주된 거주국가에 1~2채의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런던이나 뉴욕 아니면 다른 세계적 도시에 머물 곳을 반드시 하나 더 갖고 있다. 여기에 필수적인 두 가지 유형의 휴가지가 포함된다. 하나는 태양이 빛나는 곳이고, 또 하나는 눈이 내리는 곳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들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곳’과 그 돈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곳’ 사이에서 움직이는 새로운 버전의 유목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거의 섬 크기에 가까운 슈퍼요트의 제조가 증가하고, 케이맨제도 등 소위 조세회피처에 50조 달러에 달하는 돈이 감쳐져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유목문화가 앞으로 더욱 확산되고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우리가 그 99%이다!
저자는 세계가 점점 더 ‘돈이 권력이 되고, 권력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체제’로 강하게 규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희망은 남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와 분노한 사람들(Indignados)과 같은 99%의 저항운동과, 부조리하고 부패한 권력지도를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한 마크 롬바르디(Mark Lombardi)의 예술세계, 전 세계 차원의 지배?권력구조를 거대한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한 탕자트대학 연구팀 같은 소규모 풀뿌리 연구자 그룹들의 프로젝트 등의 사례를 제시한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권력과 지배현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덕분에 지금까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슈퍼부자들의 실체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이 책 역시 슈퍼부자들의 실체를 인식시키는 동시에, 99% 스스로 인터넷 등 모든 개방된 정보를 이용해 그들의 실체를 파헤치고 다루어달라는 자극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당연히 계급투쟁이 있지. 하지만 전쟁을 이끄는 것은 언제나 우리 계급이며 우리가 승리하지”라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돌리려는 슈퍼부자들에 의해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계급투쟁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계급투쟁에 알몸으로 나서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누구’와 싸워야 하며, 또 ‘누구와 함께’ 싸워야 할 것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노암 촘스키가 말한 것처럼 ‘대중은 항상 쓰라린 계급투쟁을 하고 있으며, 투쟁에서 물러난다면 결국 세상은 기득권이 원하는 대로 굴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것을 찾아나서는 99%에게 충분한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다.
2001년까지 뮌스터대학 교수로서 강의했으며, 계급, 평화 및 갈등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해왔다. 세계평화위원회 의장단의 일원이며 국제적 비영리기구인 시민 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연합(Attac : Association pour la taxation des transactions financie´res et pour l’action citoyenne)과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Rosa-Luxemburg-Stiftung)의 학술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
서문
프롤로그_ 부자를 잡아먹어라
1장_ 자본을 둘러싼 넓은 영역
2장_ 갈등으로 분열되는 유럽을 접수하다
3장_ 그들만의 사적(私的) 제국
4장_ 억만장자 제국을 둘러싼 세계
5장_ 자본주의의 다양한 모습
6장_ 억만장자는 자본을 극복할 수 있는가
에필로그_ 서툰 아마추어여, 나서라!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