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클럽 잔혹사 - 이시백 장편소설
“그 어떤 소설보다 뜨겁게 정치적인 이시백의 장편소설!”
‘7080’세대가 살아온 그 삶의 이면에 숨겨진
혐오의 깊은 그늘을 파헤치다!
“응답하라 7080”
걸쭉한 입말체로 맛깔 나는 사투리를 구사하며 ‘제2의 이문구’ ‘이야기꾼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 이시백의 장편소설 『사자클럽 잔혹사』가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이시백 장편소설이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면, 삼십 년의 간격을 둔 채 두 개의 시간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 당시를 대표하는 문화적 기호와 억압적인 국가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삼십 년 전의 잔혹한 풍경이 얼마나 선명한 색으로 남아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시봉의 음악과 함께 기억되는 7080 세대를 떠올릴 때면 아름다운 노랫말을 배경으로 교복을 입은 채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열정에 주먹을 휘두르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슬로모션으로 스쳐 지나간다. 어디선가 흔히 본 듯한 이 장면이 과연 7080 세대의 참모습일까? ‘환멸’이란 단어를 내뱉으며 시작한 작가는 내내 등장인물들을 비틀고 상처 내면서도 그저 담담할 뿐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말한다.
“돌아보면 감미로운 음악으로 묻어두기에 너무 신산하고 혐오스러운 삶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끼는 일이야말로 분노의 첫걸음일 것이다. 열심히 달리기는 달렸는데 왜 달리는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달려온 벗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존재감 없는 세대가 지나온 ‘슬픈 성장사’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국어 문제를 하나 틀려 사자가 입을 벌린 중학교에 입학한 열네 살 소년 영탁은 선생의 무자비한 체벌과 학생 간의 폭력 속에서 응규와 관식, 성제와 어울려 다니며 억압적인 시대가 부여한 인간형으로 성장한다. 김신조 사건으로 얼벙어리가 되어 말을 더듬던 소년은 고등학교 때 “사자 정신으로 국가에 애국하고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비밀단체”인 사자클럽 회원이 되고, 어느새 도끼를 능숙하게 휘두르는 싸움꾼으로 변하게 된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휴학과 복학을 거듭한 영탁은 히피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일탈을 꿈꾸며 담배연기와 술, 음악에 젖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그럭저럭 이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시인이며 출판사에 근무하는 영탁에게 연락이 오고, 그에게는 사자클럽 40년사를 집필하는 일이 맡겨진다. 이 일을 계기로 영탁과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과거와 현재는 서로 마주보게 된다.
에필로그에 보면 2012년 대선에서 50대의 투표율이 82퍼센트를 기록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특유의 목소리로 “거의 모든 50대가 희끗거리는 머리를 휘날리며 투표소로 달려가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장엄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만세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경이로운 투표율로 “18년 동안 장기 통치하던 대통령의 딸”을 당선시킨 사람들의 정치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목적임을 드러낸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두 시기는 삼십 년이란 간격을 두고 있지만, 우리의 역사는 이 두 시기를 결코 분리할 수 없다. 1970년대에 일어난 사건은 현재 우리 삶과 연결된 채 절망과 환멸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십 년 전, 열네 살의 소년 영탁은 폭력의 역사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낸다. 그가 다니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홍콩 느와르를 연상시킬 만큼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선생의 무자비한 폭력, 학생들 상호간의 폭력, 학생들과 외부인 간의 폭력으로 점철된 그곳에서 소년 영탁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폭력에 길들여졌다. 그리고 삼십 년이 흐른 지금 50대의 영탁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또 다른 폭력에 길들여진 채 살아가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문화적 기호로 음악과 시가 등장하는데, 특히 음악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자주 나온다. 영탁은 “왜 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음악 때문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학창 시절 음악에 심취해 있었는데, 비틀스와 존 레논, 레드 제플린, 클리프 리처드, 제임스 브라운, 닐 다이아몬드,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딥 퍼플, 블랙 사바스, 핑크 플로이드, 퀸, 레너드 코헨 등의 음악은 절망적인 현실로부터 도피처 역할을 한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팝송은 트로트가 ‘공돌이나 공순이’가 부른 노래라는 인식을 곁들임으로써 당시 문화적 식민지성을 드러내는 역할도 한다.
과거, 철저히 부정과 비판의 대상이 되다!
사람들은 지나간 일을 떠올리면서 “그때 그랬지”라고 말하는 데 그치고 만다. 그것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생각날 만큼 아름다운 기억이든 꺼내놓기조차 부끄러운 기억이든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고 만다. 하지만 기억은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내는 작업 과정이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당시에 겪은 일탈이나 억압, 모순 등과 관련시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바로 기억의 힘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과거 기억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기억의 힘이 발휘되고 있는가?
현재의 영탁은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는 말은 이쪽 편도 되고, 저쪽 편도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라고 말하며 평소 자신이 그토록 강조하는 ‘중도’의 실체를 드러낸다. 현재 그는 완벽하게 사자클럽 회원으로 살던 지난날을 다시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서는 어떤 기억의 힘도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영탁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질 수 있을까? 이 작품은 한 인간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에 영탁을 비롯해 사자클럽 회원들이 얼마나 폭력적인 문화에 노출되었는지 희극적으로 보여주며 그런 상황에서 올바르게 성장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변명하고 있다. 반성 없는 삶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말이다.
과거 없는 현재가 어디 있으며, 그 현재를 살아야 미래도 있는 것이다. 흔히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라고 말하지만 실로 무책임한 자기변명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기억의 힘을 빌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소설가
작품 : 〈사자클럽 잔혹사〉, 〈나는 꽃도둑이다〉, 〈종을 훔치다〉, 〈갈보콩〉, 〈누가 말을 죽였을까〉, 〈890만번 주사위 던지기〉등
작가의 말
프롤로그
1968년
김도깡
돈키호테
맨발의 청춘
엑스 카바
사자클럽
워즈워스
돌림빵
공갈 반도
용팔이
이후락
카니발
메추리
발본색원
거짓말이야
다찌
라이라이라이
시바스 리갈
국풍81
강남 스타일
진실 화해
여우비
세시봉
메리
노래패
홀리데이
디너 쇼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