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궁궐 청와대 - 청와대 안 건축과 그림과 문화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우리 전통 문화의 숨결과 향기가 가득한 청와대
이 책은 청와대 안 건축양식, 전통문화, 공식행사, 정원, 풍경, 역사 등에 중점을 두었다. 매 장의 사진에 쉽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마치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다. 청와대의 아름다움에 빠진 저자는 더 나아가 청와대란 이름의 유래, 청와대 안 그림들을 그린 화가, 건축 양식, 가구들의 특징,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들 등에 관해 직접 도서관을 뒤지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나라 역사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현장
청와대는 고려 11대 왕 문종 때 이궁(離宮, 수도 밖에 있던 별궁)터로 역사에 처음 등장하고 난 이후 오늘날까지 7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 역사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특별한 곳이다. 조선의 건국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영광을 누렸는가 하면, 일제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경복궁 내에 조선총독부청사를 지으며 궁궐이 훼손됐고, 풍수상 용맥에 해당하는 지금의 청와대 자리에는 총독관저가 들어서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 총독관저는 해방 뒤에도 철거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미군정 관저로 사용됐고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전두환 등의 대통령 관저로도 사용됐다. 일본 총독관저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최고통치권자가 머물며 국정을 보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청와대의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은 노태우 대통령 때에 비로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건물을 신축하면서 22명의 전문위원을 둬 전통미와 실용성을 결합한 건물로 짓게 했다. 건축 양식은 전통 목구조와 궁궐 건축양식을 기본으로 하고 지붕에는 귀신을 쫓는 의미로 잡상을 올려놓았다. 본관 내부 복도와 화랑의 공예품들은 왕실에서 사용하던 것이 아닌 사대부의 것을 파격적으로 사용했다. 하나하나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특히 본관은 음양오행 사상에 따라 지어졌다. 28개의 정사각형 기둥과 28개의 원형 기둥이 들어서 있는데,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다는 천원지방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통사상은 전통의장대의 옷과 의장기 등에도 숨어 있다.
청와대 터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볼 때 하늘 아래 가장 복 있는 곳이다. 그러한 사실은 청와대 신축 공사가 한창이던 1990년 2월 20일에 신축공사장 바로 뒤 바위에서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표석이 발견되면서 증명됐다. 이 표석의 발견은 청와대 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청와대를 안다는 것은 우리 역사와 전통을 이해한다는 것
1991년에 청와대 본관, 관저, 춘추관이 완공됐지만 그 후로도 한동안 청와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시작한 건 문민정부 이후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개방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왕의 어머니이지만 왕후에 오르지 못한 후궁들을 모신 칠궁을 개방했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 일부와 뒷산인 북악산까지 개방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를 방문한 순수 관람객이 3년 8개월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750명이 다녀간 셈이다. 이제 청와대는 두려움과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관광 명소가 됐다. 국민과 정부가 그만큼 가까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청와대를 우리 시대의 살아 있는 궁궐처럼 아끼고 그 속에 깃든 역사를 알아두어야 한다. 청와대는 7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기쁨과 슬픔만 간직한 단순한 곳이 아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발전과 번영을 이끌어간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전통사상과 문화를 안다는 것은 우리 근현대사를 이해하고 전통사상을 제대로 체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청와대와 독자를 더욱 친밀하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청와대가 갖고 있는 수려하고 기품 있는 모습은 물론 안타까운 현실도 접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그린 화백이 친일 인사라는 점 등이 그렇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대통령을 그린 김인승 화백은 일제 치하에서 친일 작품인 「간호병」 「조선징병제시행기념 기록화」 등을 그린 인물이다. 최규하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린 박득순 화백도 일제 때 「애국기 헌납을 독려하는 전쟁화」와 「특공대」 등의 친일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그들이 그린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청와대 안에 걸려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의 흔적을 지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충남대 철학과 졸업
1993년 연합뉴스 입사
저서 : 《우리시대의 궁궐 청와대》
프롤로그 | 우리시대의 궁궐 청와대
1장 | 청와대의 역사
2장 | 청와대 속에 담긴 우리 전통의 향기
3장 | 청와대 본관 속 들여다보기
4장 | 본관 이외 들여다보기
5장 | 청와대 앞길
6장 | 청와대 밖 보기
7장 | 국가행사
에필로그 | 청와대에서 발견한 한국의 미에 마음을 빼앗기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