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바다는 나를 울렸다
엇갈린 삶을 살아야 했던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
도박공화국이라고 덧씌워진 대한민국을 상대로 도서출판 숲개별꽃이 운현승의『시커먼 바다는 나를 울렸다』(2014)를 출간한다.『시커먼 바다는 나를 울렸다』는 엇갈린 삶을 살아야 했던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불법사기도박 피해를 당하고, 아버지의 죽음을 이유로 입을 닫아버린 이강해, 또 그 불법사기도박의 운영자를 어쩔 수 없이 도와야 했던 용명성,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버린 강해를 우연히 도와야 했던 부유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전은준의 사그라지는 과정이 치밀하고 솔직한 심리묘사로 풀이되어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속이려다 속임을 당하는 얽히고설킨 이 말 같지도 않은 텍스트들 속에는 숙명을 끊어내려는 비참하고, 처절한 운명만이 빠른 전개, 전형적인 이야기 뒤에 치사하게 숨어, 우리 사회 전반에 적용될 법한 사연을 사기도박이라는 애매한 매개체로 사슬처럼 구성시켜놓고 있다. 하지만 끝은 강렬하다. 이야기 너머의 이야기들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어쩌면 삶의 예측 가능한 길을 발견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또 여러 명의 목숨과 재산을 구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시커먼 바다는 나를 울렸다
아들, 이강해
울고도 싶었고, 웃고도 싶었고
이 행복이 멀어지지 않기를
여린 승냥이라고도
다들 그렇다면야
저 외딴섬에 홀로 사는, 강해
나의 욕심 때문이다, 강해야
미쳤다고, 배를 타?
광대 속의 강해
나는 맨드라미가 좋단 말이야
자꾸 보인다, 그여름의 마당이
엿 먹이던 강해가 떠올라
첫 번째 방에
서로 닮아있던 눈빛, 그들
어차피 세상은 연극이니까
눈을 감고 떠올렸던 온기
시침의 술래잡기처럼
내 눈물조차 거둘 수 없니?
그래서 그런지
미련한 승냥이 새끼
그날의 내가 떠올라
돌아가고 싶어, 그 언덕으로
낡은 운동화가 싫어
행복의 나라로 갈거야
나도 맨드라미가 좋아
나는 죽었다
은준이를 보았다
거울 속에 비친 미친 내 모습
기도를 들어주소서
뒤늦은 고백이라도
때늦은 대답이지만
시들은 꽃에게로
와인마실까?
오해라고도, 고의라고도
시커먼 바다는 나를 울렸다
바람 속의 먼지
작가의 말
화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