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앞서 소개한 헨리 커트너의 「프로그」와 ‘몽크스 할로우’라는 배경이 같아서 연작처럼 거론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몽크스 할로우라는 마을 외에는 내용상 연결되는 접점은 없는데요. 「사냥」은 지금까지 소개해온 커트너 특유의 차원 이동과 오컬트 색채가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작품의 중심은 ‘아이오드(Iod)’, 일명 ‘영혼의 사냥꾼’입니다. 단편 「크랄리츠의 비밀」에서 ‘근원(The Source)’으로 처음 등장한 아이오드는 크툴루 신화 확장에서 커트너가 관여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요. 나중에 게임 ‘콜 오브 크툴루’를 통해 그레이트 올드원 계열 ‘차원의 배회자’ 등으로 차용되지요.
화자인 앨빈 도일은 한 친척이 사망하자 유산 상속을 노립니다. 그런데 유산 상속 1순위가 따로 있는데다 오래 전부터 오컬트에 심취해 어딘가에서 은둔하고 있습니다. 도일은 그 상속자이자 은둔자를 유산 집행인보다 먼저 찾아내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어렵사리 찾아낸 문제의 사촌 벤 윌슨은 마을에 떠도는 괴이한 소문처럼 수상쩍은 오컬트 의식을 행하고 있습니다. 윌슨이 소환하려는 존재가 바로 아이오드인데요.
‘빛나는 추격자’로도 불리며 영혼을 사냥하는 아이오드는 “사냥감의 생명력을 축출하고 오로지 의식만 남겨놓는데, 뇌는 살아있지만 육체는 죽는…… 죽음 속의 삶” 상태로 방치하는데요. 오컬트를 통한 차원 이동을 잘 활용해온 작가이기에 수작으로 통하는 이 단편에서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앨빈 도일이 경험하는 차원 이동을 다소 안일하고 단조롭게 열거하는 방식이 그것인데요. ‘암흑의 심연으로 추락, 다른 차원으로 진입’ 이 패턴을 단순 반복하는 대목을 달리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