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1
사라는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목적지는 저기 보이는 저 엘리베이터! 저걸 놓치면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랬다간 지각은 확정이었다.
“잠시 만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사라는 큰소리를 내어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사라한테 쏠렸다. 순간 사라는 그 사람들 속에 서 있는 승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엘리베이터 문은 가차 없이 닫혀 버렸다. 사라는 겨우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랐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2층에서 3층으로,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닫힘 버튼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해 볼 필요조차 없었다.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이 진짜!”
그 남자, 한승원은 사라의 입사 동기였고, 한승원과 오사라가 상극이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승원은 과묵했고, 이성과 논리를 중시했다. 사라는 그런 그를 비인간적이라고 여겼다. 사라는 그 반대였다. 떠들썩하니 오지랖이 넓었다. 덜렁거리느라 실수를 할 때에도 웃음이나 애교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재수 없어!”
하여간 최악이었다. 승원의 모든 게 다 마음에 안 들었다. 특히 여자들한테 인기는 많으면서 저한테 관심을 보이는 여자들을 죄다 거들떠도 안 보는 그 오만함이 제일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로 그 일이 벌어졌다.
“추워요.”
사라가 승원의 품에 파고들며 중얼거렸다.
“왜 이래요, 정신 좀 차려 봐요. 집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
“안아주면 말해줄게!”
이미 안겨 있잖아. 아까 춥다 그러면서 안겼고, 그때부터 줄곧 안겨 있었으면서! 평소 그렇게 쌀쌀맞은 얼굴로 쌩하게 굴더니, 술에 취하니 왜 이 모양이야? 아주 딴사람이잖아. 승원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사라를 꼭 껴안아주었다. 그런데 사라의 반응이 이상했다. 히죽거리더니,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게 아닌가.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사라는 몸도 승원에게 착 달라붙어 있었다. 사라의 팔은 승원의 코트 안쪽으로 깊게 파고들어 그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사라의 다른 한 손은 금방이라도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어버릴 듯 야릇하게 승원의 가슴팍을 훑어 내렸다.
칼 같은 성정이지만 돌부처는 못 되는 승원이기에 주정임을 알면서도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에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승원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것을 눈치 챘는지, 사라의 손길은 더욱 대담해졌다.
사라의 손길이 보내는 은밀한 메시지를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승원은 바보가 아니었다. 술기운과는 다른 종류의 열기로 승원의 몸이 후끈거리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땀이 차올랐지만, 막무가내로 달라붙는 사라를 과감하게 떼어놓지 못한 채 승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오사라 씨, 이제 말해주세요. 집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
“집에 안 갈 거예요!”
“네? 아니, 아까는 집 주소 말해준다면서요?”
“술 더 마실 거예요!”
사라가 고집을 피웠다. 난처해진 건 승원이었다. 택시 뒷좌석에 욱여넣었을 때 이제 겨우 떨어졌나 싶었으나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오히려 사라는 아까보다 더 진득하게 승원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저자 : 윤초록
작가 - 윤초록출간작 : 너의 조각들 / 이별이 아니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