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의 꿈과 죽음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황홀한 아름다움에 젖어 들지 않는 이는 아마도 이 땅 위엔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눈 속에 무지개는 어떻게 그렇듯 아름다운 향취를 전해오는 걸까!
그렇게도 찬란한 아름다움의 정감을 주는 까닭은 무지개의 속성에 담아져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무지개는 별보다도 멀리 있어 인간의 영역에는 도저히 들어올 수 없는 먼 나라의 존재이다. 과학의 힘으로 우주 천체의 어느 별에도 이르를 수 있다 해도 그 때에도 인간은 무지개 동산에 이르러 거기에 서 볼 수가 없다. 무지개는 그렇듯 멀기만 한 무엇이기에 우리에겐 가장 아름다운 꿈의 요정으로 비쳐온다. 그처럼 꿈으로만 뭉쳐져 있기에 우리의 영혼을 황홀하게 흔든다.
무지개는 외로운 존재이다. 땅에서 인간이 아무리 찬란함에 젖어 바라다 보아도 그는 저 먼 공중에 홀로 떠있을 뿐이다. 그렇듯 외롭기에 외로움을 지닌 인간이 자꾸 바라다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사막의 꽃보다 더한층 외로운 창공의 꽃이기에 무지개를 땅 위에서 외로운 인간은 사랑하는 것이다.
무지개가 그렇듯 영롱하게 찬란한 빛으로 우리를 부르는 까닭은 또 하나 무지개는 죽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지개가 늘 하늘 위에 그처럼 걸려 있다면 그를 향한 우리의 설렘이 그리도 영롱하게 반짝일까! 어쩌면 호숫가에 앉아 있는 바위를 보고 스치는 정도의 관계가 나와 무지개 사이에 이뤄질 것이다. 무지개는 한나절 잠시 피어났다가 죽어버리는 존재이다. 그 것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사라지면 또다시 나타날 수가 있지만 다음 번에 우리가 만나는 무지개는 또 다른 새로운 무지개일 뿐이다. 무지개는 인간처럼 죽는다. 죽음에의 존재이기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찬란하며 그렇듯 그 살아 있는 순간에 눈물이 나도록 찬란한 빛을 떨치려는 것이다. 무지개는 죽는다. 온갖 꿈과 갖은 아름다움을 모조리 안고서 죽는다. 그러한 죽음의 시녀가 늘 그의 곁에 머물러 있기에 무지개는 사는 동안 그처럼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나는 인간으로서 죽음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아름답다가 죽어버리는 무지개의 속성을 알 것 같다.
나는 죽음에로 귀의하는 인간존재이기에 죽는 존재로서 그렇듯 찬란한 삶을 피우는 무지개를 닮고 싶다.
나는 죽음의 시녀를 평생 곁에 두고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는 인간이기에 아름답게 죽기 위하여 저렇듯 영롱하고 찬연하게 제 빛을 내는 무지개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I. 그리움이 저무는 곳에서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가을의 편지
가장 서글픈 이별의 장면
값진 장례식
그리움의 실체
그리운 도둑
기차역에서
꽃 가게가 사라지는 시대
나비 같은 사이
별나라로 날아가는 하모니카
눈 속에 고향 가는 길
철길에서 노는 아이
폭설
II. 꿈과 죽음 그리고 무지개
무지개의 꿈
애도
임종의 달
소리와 시간 그리고 죽음
죽음과의 약속
한 마리 벌의 죽음
빠삐옹의 죽음 화석과 나비
꿈꾸는 행운
무지개
III. 계절의 언덕 위
겨울 음악회
무지개 뜨는 십이월
어머니 같은 달 일월
노란 깃털을 단 2월
삼월의 독수리
사월
오월의 밤
완두콩의 푸른 미소
유월의 언덕
칠월은 부자의 달
팔월의 바닷가
구월의 옛 추억
시월의 소리
은빛 찬란한 11월
IV. 푸르른 노년에로
겨울을 기다리는 의미
늙은이와 십일월
삶을 그림 그리는 이들
아름다워지는 노파
하얀 마음
멋진 장난감
하얀 두 사람
언제나 돌아오는 청춘
V. 사랑할 줄 알 때
낮은 사랑
전설 같은 만남
삼백 십여일 같은 노래
말없이 사랑한다는 말
매일 결혼하는 부부
저녁노을 빛 사랑
형이상학적 사랑
보고 싶은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