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의 미학
‘정신의 지진 같은 치매’와 ‘땅덩이의 지진’이라는 두 개의 축은 상호 동질적이다. 가요코는 천형 같은 일본의 지진의 숙명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미나 개원 특강에 강사로 지신밟기 형식으로 나를 초대한다. 난 이미 쿄토에서의 지진의 경험이라는 트라우마가 있다. 천지개벽의 재앙을 안고 있으면서도 나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일본 여인의 열려있는 마음이 나를 따뜻하게 한다. ‘흔들림에 초연한 여인’ 그 여인과의 긴 만남이 내 삶의 정거장에 머물고 있다.
몇 정거장을 지나오면 그리움이 잉태하는 개찰구에 서있다. 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언어 망을 직조하는 것이지 싶다. 지나버린 계절, 떠나온 고향, 사라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언어로 소생한다. 이렇게 체험과 상상의 접점에 공간 애는 모태를 중심으로 해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남대천을 향해 가듯, 울화통의 시대를 살아내는 황혼에 이르러서도 이따금 그 남대천을 그리워하게 된다. 개찰구에서 머뭇거리다
습관처럼 개찰구를 통과한다. 머지않아 종착역이라 여기며 영원을 향한 길목 마다 문자의 향기를 피워 놓고 싶다. 읽히지 않는 책을 라면 끓인 냄비 받침이나 뜨거운 다리미 받침으로 쓰이는 사람들의 손에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지 않을까. 오만이라고 나를 힐책하지만 그래도 함께 공감하는 사람이 만나지면 얼마나 좋을까. 기쁨이 넘칠 거야.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신 눈재 한상렬 교수님과 나의 멘토 석계 윤행원 문예춘추 이사님께 감사하며, 먼저 다른 세상에 가신 부모님 영전에 이 책을 바친다. 가족과 제자들과 이 생에 교감한 지인들 특히 1권 《내 귀에 말 걸기》를 재독 삼독하시며 한없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전자책의 지평을 열어주신 문학방송 안재동 선생님께도 감사하고 싶다.
― 김은자 책머리글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
제1부 흔들림의 미학
대추나무 매질하기
집 밥은 생명의 고향
하늘 길과 모정
아 딸 별곡
흔들림의 미학
제2부 디딤의 미학
디딤의 역학
발아의 늪에
머리카락의 음향
떼 창의 여운
새치의 반란
제3부 두드러기 비가
두드러기 비가
두 얼굴의 은행나무
다 태아 별곡
툇마루 햇살의 온기처럼
카레의 노랑색 커큐민
제4부 노을녘 엔카 쉼터
노을녘 엔카 쉼터
오지랖
너스레의 감칠맛
나이를 세어서 무엇 하리
까치밥의 미소
제5부 110원 동전과 동행
110원 동전과 동행
고목에 피어난 꽃
건배사 너스레
중국 안산 여행
게르마늄 온천의 유혹
서평 | 『흔들림의 미학』을 읽고 _ 윤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