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소리
한낮의 밝은 해가 서쪽으로 살포시 기울면 들판에는 낮에는 못 보았던 영롱한 빛이 들어선다. 회향처럼, 동경처럼 가슴에 스미는 부드러운 느낌이 초원을 물들인다. 비스듬히 빛살에 풀잎마다 프리즘이 되어 순수의 광선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눈을 들어 서쪽 하늘을 보면 이상한 희 빛으로 가득 차 있다. 허공에 있을 듯 말 듯 떠도는 안개가 석양을 감싸니 하늘 전체가 어스름을 머금고 반짝이기 시작한다. 저녁 무렵의 이 신비로운 변용은 길을 걷는 사람의 가슴을 저도 모르게 아늑하게 쓸어준다.
수필가이자 번역문학가.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월간 `수필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지은책으로 <노을 속에 피는 언어들>이 있으며 옮긴책으로는 <길은 여기에>, <살며 생각하며>, <자연과 인생> 등이 있다.
빛살 머문 풍경
사별
사람의 물결
소리없는 소리
도해 도창회
창작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