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 누구도 말하지 않은 인간 노무현의 위대한 유산
국민 역사 멘토로 자리매김한 ‘이이제이’ 이 작가의 노무현 다시보기
300만 청취자들이 그 삶을 보고 눈물을 글썽거린 까닭
“대학 졸업장도 없는 고졸 출신 대통령이었다. 비주류에 타협도 모르는 정치인이었다.”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을 가장 잘 묘사한 표현 아닐까. 이 책은 대안매체 성격의 팟캐스트 <이이제이>에서 진행자 중 한 사람인 이 작가(이동형)가 쓴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다. 대통령 재임 중 가장 극적인 순간부터 어린 시절까지 노무현의 자취를 따라가면서 그의 삶과 신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과 과의 평가가 아니라 ‘인간 노무현’의 가치를 오롯이 되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의 뼈대가 된 <이이제이> 노무현 편은 지금까지 300만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고, 이 방송을 접한 청취자들은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인간 노무현’의 모습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청취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저자가 보여준 노무현의 삶이었다. 그 삶을 관통하는 ‘정의’와 ‘원칙’이라는 하나의 신념. 이 신념으로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일평생을 받쳤다. 저자는 그 신념이 제일 잘 반영된 일화를 이 책 첫머리에 꺼내놓았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이틀 후에 있었던 기자회견장. 노무현은 대국민 사과를 요구받고 있었다. 당장 내일부터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사과를 하고 여론을 무마시켜 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은 잘못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시끄럽다고 원칙에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특유의 원칙론을 내세운 것이다. 일견 융통성이 없고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권모술수와 이해타산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이런 노무현의 원칙론은 마지막에 빛을 발했다.
이런 노무현의 신념은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교내 붓글씨 대회에서 한 번 잘못 쓰면 종이를 바꿔주지 않는다는 주의 사항이 있었는데, 옆 반 선생이 자기 아들의 글씨를 보고 종이를 바꿔준 일이 있었다. 대회 심사 결과 그 아이가 1등이고 자신이 2등이었다. 소년 노무현은 승복할 수 없다며 자신이 받은 상을 돌려주었다. 후에 노무현은 이 사건을 부끄러운 기억이라 회상했지만, 이는 그가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강조한 정의로운 사회, 원칙이 중심이 되는 세상,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등의 신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화임이 분명하다.
정치인이 된 노무현의 길 또한 한결같았다. 험난한 가시밭길을 자처했다고 보는 게 맞다. 3당 합당에 반대해 변방 정치인으로 전락했고, 지역주의를 타파하려는 일념으로 쉽게 당선할 수 있는 지역구를 벗어나 여러 번 낙방했다. 조폭적 언론에 아부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워 상처투성이가 됐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노무현은 홀로 고군분투했다.
검찰에 출두하려고 사저를 나오는 모습부터 검찰 조사를 마칠 때까지 전 언론이 과잉 보도하며 전직 대통령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행태에 국민이 너 나 할 것 없이 부화뇌동하지 않았느냐는 저자의 질타. 그러나 저자는 대통령 서거 후 조금씩 그의 진심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렇게 인간적이었던 노무현을 쓰고 보여줄 때가 무르익었다고 보았다.
‘노빠’, ‘친노’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이 덧씌워진 탓에 노무현을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던 익명의 수많은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를 이제 와 깊이 공감하고 느꼈을 일이다.
경북(TK) 안동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아버지 덕택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한민국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학교를 다녔고, 동경에서 한국 음식점 점장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이 때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나는 한편,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방대한 자료들을 보며 지식의 폭을 넓혔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열혈 지식인들의 아지트격인 누리집 ‘도시탈출’에서 콧구멍이라는 필명으로 한국의 해방 이후 현대사를 신랄하고 가감 없이 조명해 인기를 끌었다. 그의 글을 본 독자들은 하나같이 분노, 죄책감, 그리고 무지를 호소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주위가 온통 파란색의 나라인 경북 영주에서 아버지의 사업을 꽁으로 물려받을 작정을 하며 유유자작(悠悠自作)하였으나, 전작의 예상치 못한 성원과 출판사의 꾐에 넘어가 전업작가로 돌아섰다.
지은 책으로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와주테이의 박쥐들』이 있고,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머리말 일생에 한 번쯤은 그를 보라
추천사 웃으며 참여하는 시대를 응원한다-문성근
1 떳떳하다면 굴할 이유가 없다
2 정의를 믿는다면 세상은 살 만하다
3 역사는 진실을 다잡는다
4 포기하고 싶을 때 희망이 온다
5 잘 살았다, 오롯이 내 삶을 긍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