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장 - 엄마의 길에서 나를 찾는 독서
모두 퇴근하면 엄마는 출근한다
모두 집에 오면 엄마는 출근한다. 유치원도 사회생활이라 힘이 들었던지 집에 돌아온 아이는 괜히 떼를 쓴다. 손 씻는 것으로 실랑이를 벌이고, 만나자마자 싸운다. 저녁 주문도 제각각이다. “엄마, 나는 달걀 프라이 흰자랑 노른자 따로 해줘.”, “삼겹살 먹고 싶어.” 저녁 먹는 중에도 “엄마, 물”, “엄마, 케첩”, “엄마, 먹여 줘” 식당 종업원이 따로 없다. 먼저 먹이고 식은 밥과 반찬을 먹고 있으면 아이는 놀아 달라며 매달려 목을 조른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엄마는 어디 울 곳이 없다
결혼을 할 때까지만 해도 가사와 육아로 삶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다. 육아는 바쁘지 않다.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바쁨은 바쁨이 아니기에, 시간을 어떻게 견디다 보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초등학교에 간다. 첫째 아이 돌 무렵, 출근 시간 지하철을 탔다가 넋을 잃었다. 안고 있는 아이가 무거웠던 것도 아닌데,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갈 수 없었다. 저 세계에서 완전 밀려난 서러움이었을까. 마치 이방인 같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에서 멸치 냄새가 난다
징그러운 생선을 아무렇지 않게 손질하며 ‘엄마가 되었구나’ 생각한다. 어지럽게 장난감이 널린 거실을 눈감고 지나간다. 육아와 살림에 지칠 때마다 글을 썼다.
저자는 언젠가부터 지인들에게 “글을 쓰세요. 삶이 깊어져요”라고 말한다. “예수 믿으세요. 구원 받아요”라고 하는 전도와 비슷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내용이 더 깊게 와 닿고, 생각이 정리된다. 치열하게 싸우며 편협함을 깨닫기도 한다.
울고 싶을 때마다 책장 뒤로 숨었다
〈엄마의 책장〉은 네 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책장은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나’를 만났다. 단란한 가족 안에 숨어 있던 아픈 가족사를 고백한다. 두 번째 책장은 ‘아내’로서의 이야기이다. 화성과 금성, 서로 다른 두 개의 우주가 만나 날마다 부딪히고 깨지며 서로를 알아간 시간에 대해 썼다.
세 번째 책장은 ‘엄마’로 사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밖에서 제법 예의 바르고 따뜻하다. 하지만 집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별 것 아닌 일로 화를 냈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모습이다. 육아로 인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픔도 컸지만 덕분에 ‘나’를 만났다.
네 번째 책장은 앞으로 되고 싶은 ‘나’에 관한 글이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멀어질수록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이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읽는 날로 꽉 채워질 미래에 대해 얘기한다.
에세이스트. 사랑 많고 미움도 많아 잘 웃고 잘 운다.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와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현재 초등학교와 도서관에서 그림책, 글쓰기 관련 강의를 하고, 독서 모임을 이끌며 삶을 나눈다.
이 책은 아내, 엄마라는 이름을 끌어안고, 발로 차며 조금씩 내 자리를 찾은 글이다. 아이를 키우며 어린 ‘나’를 만났다. 유난히 아팠던 시절, 아직 녹지 않은 마음을 안아주었다. 그제야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힘겨운 삶은 늘 내 것처럼 아리다. 사람들의 작은 몸짓, 말 한마디를 소중히 담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아무도 쓰지 않는, 멈춘 시간에 대하여 오늘도 글을 쓴다. 두 아이의 엄마, 농부의 아내로 경기도 포천에서 살고 있다.
2019년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저자소개
프롤로그_엄마의 자리
첫 번째 책장_엄마도 아이였어
두 번째 책장_아내가 되기까지
세 번째 책장_엄마도 울고 싶다
네 번째 책장_엄마의 봄날
에필로그_다만 오늘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