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밤의 꿈
돌 아래서 비스듬히 내 쪽을 향해 푸른 줄기가 뻗어왔다. 그 줄기는 순식간에 자라나 딱 내 가슴 언저리에서 멎었다. 그러더니 가볍게 흔들리는 줄기 끝에서 고개를 기울이고 있던 가늘고 긴 한 송이 꽃봉오리가 벙싯 꽃잎을 벌렸다. 새하얀 백합이 코끝에서 진한 향기를 풍겼다. 그곳으로 아주 높은 곳에서 톡하니 이슬이 떨어지고, 꽃은 자신의 무게로 한들한들 흔들렸다. 나는 목을 앞으로 내밀고 차가운 이슬이 떨어진 하얀 꽃잎에 입을 맞췄다. 내가 백합에서 얼굴을 떼면서 무심코 먼 하늘을 보니 새벽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백년은 이미 와 있었군.” 나는 이때 비로소 깨달았다.
-책 속에서-
열흘 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