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

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

저자
이호석 지음
출판사
답(도서출판)
출판일
2016-04-10
등록일
2017-01-19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783 Bytes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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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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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제가 된 그저 예전 일의 나열.. 이것이 역사인가?

유럽의 잘 보존된 유명한 성당, 박물관, 왕궁, 오래된 거리들을 돌아보고 오는 우리는 그들 나라의 문화유산을 부러워한다. “선조들이 훌륭한 문화재를 남겨줘서 이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겠다”고 속 쓰려 하면서.

그곳에 우리는 뭘 보고 왔길래?

우리는 본 것은 1차 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강화조약에 서명한 곳, 피카소가 즐겨 찾던 카페, 모차르트 ‘돈 지오반니’가 초연된 곳. 제정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혁명군에 체포되던 시간을 가리키던 시계, 콜럼버스의 관이 공중에 떠있게 된 사연 같은 것이다. 우리가 방문하는 유럽의 유물과 유적에는 이렇게 그곳에 스며든 스토리가 우리를 맞이한다.

반면,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고려의 대외관계’, ‘목탑에서 석탑으로의 변천’ 같은 지금의 나와는 별 상관없는 지식을 저장하는 사이 그들은 피카소가 점심을 먹던 식당의 그 자리에 앉아서 그와 잠시 시공을 초월한 일치성을 느낀다.

그들이 남긴 흔적을 들춰보며 잠시 그들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이 항복했다는 방에 가서 만약 독일이 전쟁에 이겼다면 그 후 세계는, 역사는 어찌 흘러갔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역사라는 게 살아있는 현재진행형이며 그것이 옛사람의 시대를 지나 이제 나의 시간대를 지나고 있음을, 그리고 내가 떠난 이후에도 나와 내 시대가 남긴 흔적들이 미래세대에 전해져 강물처럼 영원히 흘러갈 것임을 깨닫는다.

자, 우리의 역사에는 그런 현재 진행형의 역사를 일깨울 스토리가 없는가?
아니다 있다. 오히려 더 풍부하게!!

동네 흔한 언덕배기에 걸터앉은 그저 그렇게 생겨먹은 수많은 바위에도 전설이 없는 곳이 없고 경치 좋은 계곡이면 으레 선녀들이 목욕하고 다녔다는 선녀탕이 널려 있는데 그런 선조들의 삶의 터전과 그들의 역사에 왜 스토리가 없겠는가?

다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래서 깨닫지 못 했을 뿐이다.

창덕궁 대조전에는 동쪽에 흥복헌(興福軒)이란 이름의 부속건물이 붙어 있다. 조선의 500년 왕조가 생(生)을 다한 곳이 바로 이 흥복헌이다.

1910년 8월 22일. 월요일이었던 이날 오후 순종이 주재한 조선의 마지막 어전회의에서 이완용과 박제순 등 부일 매국노들은 사실상 한일병합조약 문서에 옥새를 찍으라고 황제를 겁박했다. 순종비 순종효 황후가 치마폭에 옥새를 감추며 저항했지만 결국 1시간여 만에 순종은 이완용에게 병합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는 문서에 도장을 찍었다.

나라와 왕실이 흥하고 복되기를 빌어 흥복헌이란 이름을 단 중궁전 귀퉁이 전각에서 이렇게 조선은 숨이 끊어졌다.

500년을 이어온 조선 왕조의 역사가 멈춘 이 현장의 역사를 알리는 건 ‘경술국치의 치욕적인 어전회의가 열렸던 곳’이라는 초라한 안내판뿐이다.

백제 금동대향로를 보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당군이 야차처럼 수도 부여로 밀려드는 와중에 나라의 보물을 빼앗기지 않으려 급히 땅을 파서 숨기고 죽음으로 비밀을 지킨 백제 왕사의 스님들 이야기이다.

정림사지 석탑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 탑이 부여가 지옥이 되던 백제 멸망의 순간을 지켜본 현존하는 유일한 목격자라는 사실이다.

역사는 익히는 게 아니고 ‘구경하는 것’이다. 여행이다.
비행기 대신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현장으로 가보는 것이다.
이제 그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한산도 앞바다로 힘차게 출동하는 임진년 이순신 함대를 응원하러. 절대군주 태종에 맞서 춘추필법을 지키려던 조선 사관들의 토론장으로, 잃어버린 국보를 찾아 비상이 걸린 1960년대 경주 경찰서 수사본부로. 일본 군대가 나타나길 숨죽이며 기다리던 그날 밤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매복진지로.

저자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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