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외롭지 않아 - 때론 쓸모없어 보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 : 아우름 8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다음 세대가 묻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나 재능을 이길 수 없다면 다 쓸데없는 일 아닌가요?”
마스다 에이지가 답하다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경험은 자신에 대한 긍지를 낳습니다.
최후의 순간에 바로 그 자긍심이 나를 지탱해 주고 일으켜 세우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여덟 번째 주제는 ‘노력’이다.
노력의 대가나 보상이 아닌, 노력 그 자체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아들이 중증 장애(선천성 다발성 관절 구축증)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 후 3년 10개월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아들은 오직 자고 깨고 우는 것 외에는 움직일 수도,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조차 쉴 수도 없는 채로 엄마, 아빠도 알아보지 못한 채 결국 생을 마감한다.
저자는 이때만큼 노력의 의미에 대하여 사무치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과연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노력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미가 있기는 한지…. 그러한 경험을 통해 저자가 얻은 답은 이것이다. 비록 목표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노력은 우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며, 숭고한 노력의 경험은 자신에 대한 긍지를 낳고 그러한 긍지가 인생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자 최후의 보루가 된다는 것.
‘동적’인 노력과 ‘정적’인 노력
오로지 참고 견디는 것도 노력?
저자는 노력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로 자신이 겪은 역경과 시련 등 개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경험담을 통해 전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 이상이 있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정신을 잃었던 일, 이후 아들의 호전을 위해 3년 10개월간 쏟았던 갖가지 노력, 태어난 이래 한 번도 병원을 벗어난 적이 없고, 생의 90퍼센트를 인공호흡기를 단 채 살았던 아들이 결국 세상을 떠났을 때 느낀 노력의 허무함, 이어진 이혼과 유학 생활, 아들과 비슷한 병을 앓는 반려견과 생활하며 겪은 일들….
중 ?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외도와 회사 부도로 가정이 풍비박산 났던 경험, 결국 병에 걸려 수술과 입원을 하고 휴학했던 경험,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사법고시 공부에 매진했던 경험 등 자신의 삶을 통해 직접 터득한 깨달음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둘째로 변호사 겸 스포츠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가까이 접한 운동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노력의 의미와 올바른 노력의 방법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일본 스키점프의 노장인 가사이 노리아키 선수가 올림픽에 일곱 번이나 출전하여(역대 최다 연속 출전) 28년간 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해온 일, 모굴스키의 우에무라 아이코 선수가 16년간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지만 수차례 좌절을 맛보고 은퇴 경기에서도 4위에 그친 일, 피겨 스케이팅의 아사다 마오 선수가 소치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에서 실수했던 일 등 노력과 결과가 반드시 일직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운이 많은 부분 성패를 좌우하는 스포츠의 세계를 통해 노력의 의미와 역경을 극복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가 말하는 ‘숭고한 노력’이란 ‘진심으로 원하는가’란 중요한 질문으로 시작돼 노력을 다한 뒤 결과는 더 큰 존재에게 맡기는 ‘내려놓음’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묵묵히 노력하되 노력의 질, 타이밍, 방향성에 오류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노력을 ‘정적’인 노력과 ‘동적’인 노력으로 나누고, 오직 참고 견디는 ‘정적’인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정적인 노력’이란 간단히 말해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납득할 수 없는 시련과 맞닥뜨렸을 때는, 그 자리에서 섣불리 결론 내거나 행동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련을 온몸으로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중요하며, 얼핏 노력이라고 보기 힘든 이 태도가 실은 삶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동적’인 노력이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처럼 온 힘을 다해 노력해도 세상이 꿈쩍하지 않을 때가 바로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바꿀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고 견디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사명을 찾은 후 다시 동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노력의 질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정말로 노력하면 인생이 바뀔까?
노력을 이야기할 때 어려운 부분, 불합리하게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숙명, 운명, 운, 재능의 문제이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짚고 넘어가고 있다. 노력과 결과가 일직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사람마다 타고난 운이 다르다는 것이 어쩌면 사람들이 겪는 대부분의 괴로움과 갈등의 시작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과 운명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노력은 물론 인생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된다.
운명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이 걷는 여정’으로 ‘바꿀 수 없는 숙명을 대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변화 가능한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유의지로서의 노력뿐이며, 운을 부르는 노력의 방법이 따로 있다고 안내한다.
또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었을 때 다 잊고 잠시 휴식하는 ‘노력의 휴식’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 책속으로 추가 ]
물론 메달을 따는 게 당연히 좋지요. 그것이 금색이라면 분명 더 좋지요. 시험은 합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요. 회사에서도 출세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지요. 그러나 우리는 제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자신의 운명, 숙명을 짊어지는 가운데 살아갑니다. 숭고한 노력을 하고 그 결과 가령 목표인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해도 스스로 긍지를 가질 만큼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것은 ‘훈장’이 됩니다. 바로 거기에 노력의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pp.61~62 보상 받지 못해도, 재능이 없어도)
그러나 ‘자부심’은 자칫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자만심’, ‘교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노력과 결과는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련은 느닷없이 닥쳐오지요. 한 걸음만 더 가면 되는데 갑자기 영광이 멀어져 가지요.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하루하루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투성이입니다. (…)
그때 자부심은 산산이 부서져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바로 이 시점입니다. 마음이 꺾인 이때가 바로 ‘진정한 출발점’인 것이지요. 그곳에서 분연히 일어나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긍지, 자부심은 조금씩 회복돼 갑니다. 이른바 자부심을 상위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엔 결과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최고의 ‘자긍심’이 싹틉니다.
(pp.65 정면도전이 선사하는 자긍심)
노력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역경에도 끄떡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정면으로 맞서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폭풍이나 격류 속에서 오로지 참고 견디는 노력이지요. 전자는 ‘동적’인 노력이고, 후자는 ‘정적’인 노력입니다. (…)
시간이 흐르면 이번에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무엇이 좋지 않았던 걸까? 왜 나만어째서, 왜……’라는 답도 없는 의문에 갇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사고회로 속을 끝없이 방황하게 되지요. 물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어쩌면 좋지’ 오늘도 내일도 이 생각 속에서 충분히 괴로워하세요. 울고 싶으면 우세요. 슬플 때는 슬퍼하고 괴로울 때는 괴로워하며 발버둥 치세요. 마음껏 말이지요. 나는 이 모든 행동이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pp.67~69 정적인 노력으로 참고 견디다)
역경이나 시련에 처했을 때는 ‘비효율’, ‘비생산성’이야말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 효율은 매우 중요하지요. 그러나 역경 속에서는 비효율과 비생산성이 중요해집니다. 거기에는 부활을 위한 기회, 보물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보물을 찾아내는 노하우는 없습니다. 원래 노하우나 재능으로 쉽사리 극복해 낼 수 있는 건 역경도 시련도 아닐 테니까요.
‘비효율’, ‘비합리’, ‘비생산성’이 마냥 이어진다면 다들 ‘바보나 하는 짓’이라며 놀림거리로 삼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은 늘 ‘효율’, ‘합리성’, ‘생산성’을 추구하는 자일지 모릅니다. 그런 사람은 아마 젊은 사람의 눈에도 인생의 깊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어른일 게 분명합니다. 어린 왕자가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요.
(p.74 오로지 견디는 것에 숨은 뜻)
때로는 노력을 자랑삼아 내세우며 ‘난 이만큼 하고 있다!’며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기도 하지요. 특히 ‘동적’인 노력을 할 때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노력은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노력의 대부분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으로,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인생을 걸고 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달리 말하면, ‘열심히 했으니 도와달라’는 ‘응석’이나 ‘억지’인 것이지요.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 결과가 아닌 과정을 강조하거나 노력을 자랑으로 삼을 때는 노력하기 싫거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핑계를 찾는 경우이지요. 이런 노력은 억지 사랑을 구걸하는 것만큼 볼썽사납습니다. (…) 노력하든 안 하든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노력이나 과정은 어디까지나 타인이 평가하는 것이지 자기 자신이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게 아니니까요.
(pp.105~106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지 마라)
숭고한 노력을 하는 데 잊어서는 안 되는 다른 한 가지는 기쁨, 슬픔과 잘 지내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슬픔을 자기본위로 생각하기 십상이지요. ‘당신은 고생을 해보지 않았으니 내 슬픔을 알지 못한다.’ ‘이토록 노력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보상 받지 못했다. 이 고통을 누가 알까.’ (…)
슬픔이나 불행을 겨루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요. 그 결과 인생은 온통 변명으로 가득하게 되고 도전정신도, 운명이나 숙명에 도전하는 용기도 그리고 노력이라는 행동도 잃게 되지요. 슬픔이나 불행, 고통을 볼 때는 차라리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괴로운 상황일지라도 ‘나의 고통은 다른 사람에 비하면 아직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슬픔을 가장 낮은 위치에 놓지 않는 게 중요하지요.
한편 기쁨은 주관적이어도 좋습니다.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잠에 빠져 있기만 해도 좋지요.
(pp.114~115 기쁨은 주관적으로 슬픔은 객관적으로)
그렇다면 역경에 처했을 때, 거기서 빠져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바로 ‘과거의 노력’입니다. 다시 일어서도록 북돋워 주는 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과거의 동적?정적인 노력과 한 번 부서졌지만 다시 성장하고 진화해 왔다는 자부심과 긍지이지요. (…) 나는 가정이 무너지고 병에 걸렸던 고교 시절에는 다시 일어서기까지 2년,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고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후엔 무려 1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보루였던 자신에 대한 긍지 때문이었습니다.
(pp.137~138 나를 지탱하는 힘, 과거의 노력과 긍지)
그 아이는 나의 아들처럼 의식이 없었지요. 인공호흡기를 달고 매일매일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어머니는 간병을 위해 거의 매일 병원에 면회하러 왔고, 의식 없는 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고 침대 옆에서 동화책을 읽어 주었지요. (…) 그 어머니의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강인한 삶의 태도에 나는 몇 번이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했지요. 인간이란 이토록 숭고할 수 있는 존재이구나!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해도 사랑을 베풀 만큼 강인하고 아름다운 존재이구나! 그와 동시에 슬며시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기대하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지요. 어떻게 하면 힘든 일을 이토록 담담히 해나갈 수 있을까? 당시 얄팍했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 어머니는 본디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숭고한 노력, 인생에 대한 태도는 이런 데서 나타나는 것임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pp.147~148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과 노력)
변호사이며, 마스다 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이다. 일본 추오 대학교 법학부 법률학과를 졸업 후, 니시무라 종합법률사무소에 입사했다. 그 후 미국 예일 대학교 로스쿨 객원연구원, 메릴린치 일본증권주식회사 법무부장(개인고객 부문) 겸 집행위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 법학석사(LL.M.)를 거쳐 마스다 파트너스 법률사무소를 설립했다(www.msd-law.com).
현재 여러 상장기업의 임원,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 기업?금융법무, M&A, 소송에 관한 법률 사무를 보면서 컴플라이언스의 일인자로서 많은 강연을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09년, 2010년, 2012년, 2013년에 ‘Best Lawyers in Japan’으로 선출되기도 했으며, 2012년에는 일본 고용?노동법 분야 가장 추천할 만한 변호사로 선정되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진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2010년 일본 스포츠 사진의 일인자 미즈타니 아키히토가 주재하는 스포츠 사진가의 등용문 ‘미즈타니 주크’를 졸업, 사단법인 일본스포츠기자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현재도 올림푸스의 지원을 받아 수중 사진과 스포츠 사진을 찍으며,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생생한 노력의 순간을 가까이에서 포착하고 있다.
저서로 《옳은 일을 하는 기술》, 《이제 그만두자! 그 법령 엄수》 등이 있다.
저자 소개
여는 글 | 보상 없는 노력은 무의미할까?
1장. 노력의 의미 : 난생처음 노력 자체에 대해 생각하다
2장. 노력과 운명 : 노력의 영원한 단짝이자 지독한 숙적
3장. 동적인 노력, 정적인 노력 : 숭고한 노력은 긍지를 낳는다
4장. 노력의 휴식 : 떠나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5장. 올바른 노력의 법칙 : 노력할 때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들
6장. 노력 후에 : 사랑과 노력은 내려놓을 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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