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이별할 때는 어떤 정표도 당신에게 남기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그 어떤 정표로도 응축되거나 상징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정표가 후에는 부질없는 우상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별은 해후를 위한 휴식이라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혹은 봄을 기다리는 추운 겨울의 깊은 잠이라고 핑계대지도 않겠습니다.
이별은 거역할 수 없는 우주의 섭리, 유한한 인력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순리라고…… 체념은 아름답고 유순한 미덕, 안으로 다스리는 가장 질긴 기다림이라고 당신 귀에 속삭이지도 않겠습니다.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현대문학」지를 통하여 등단하였다. 시문학상, 광주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호남대학교 국어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원탁시, 기픈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환상일기』『종이 등켜진 문간』『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과 수필집『고독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하얀 장미의 아침』등이 있으며,「창작의 아름다움」「시의 이론과 실체」「한국시, 한국시인」등의 문학이론서와 논문이 있다.
머리말
목관악기에 실린 가을편지
뛰는 가슴 젖은 눈으로
땅끝으로 열리는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