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르고몬의 사슬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단편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1933년 초였으니, 완성까지 거의 1년, 출간까지는 또 2년 가까이 걸린 셈이네요. 당시 펄프 잡지의 편집진들과 벌이는 줄다리기는 작가들로서는 꽤나 진이 빠지는 과정이었다고 하죠. 이 단편에 대해 스미스가 오거스트 덜레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지친 기색이 드러나는데요. 계속 지체하다가 가까스로 완성했을 정도로 무척 고된 작업이었다면서 '초기의 영감이 식어버린 탓에 이야기가 차가운 쇠처럼 굳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나중에 다시 《위어드 테일스》로부터 이야기가 늘어진다며 수정 요구를 받았다고 푸념하기도 하는데요. 아마 이 시기에 육체적 피로까지 겹친 것 같습니다. 스미스의 아버지는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어머니까지 화상을 입어서 스미스가 부모님을 돌봐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이 단편에서 아자토스의 아바타로 간주되는 ‘아포르고몬’과 역시 외계신이나 아포르고몬과 대척점에 있는 '젝사노스'가 최초로 언급되는데요. 소설가 존 밀워프의 기이한 죽음이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밀워프는 자신의 서재에서 온몸에 사슬 모양의 화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되는데요. 그가 남긴 일기를 통해 영겁의 세월을 관통하는 환생과 운명의 대서사가 펼쳐집니다. 밀워프는 동양에서 가져온 약물을 복용하고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데요. 그는 인류 이전 까마득히 먼 시대, ‘칼루드’라는 도시에서 시간의 신, 아포르고몬을 섬기는 제사장(칼라스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해 그녀와 함께 했던 과거의 한 시간을 되돌리려고 합니다. 그가 금기시되는 주술을 통해 소환한 과거는 시간의 논리와 우주의 작동 원리에 돌이킬 수 없는 혼돈과 균열을 새겨놓게 되는데요. 당연히 밀워프이자 제사장인 칼라스파는 아포르고몬의 분노를 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