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숲에서 문학을 생각하다
이 책에 실린 이십 여 편의 글들은 문학에 대한 애정이 있는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읽힌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고백한 바에 따르자면 ''즐거운 글쓰기''의 결과인 탓이라 할 만하다. 즐거운 글쓰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하나는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들을 곰삭인 뒤 그에 대한 상념을 에세이로 풀어내는 것이 한 가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명과 의미 부여나,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읽히는 SF소설에 대한 분석, 텔레비전 사극과 같은 일상적인 예에서부터 본격적인 이론서까지 아우르며 ''현실성''의 문제를 고찰하는 것 등은 저자의 글이 오랜 시간에 걸친 사색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쓰여진 것임을 알려 준다.
다른 한 가지는 말 그대로 즐거운 글읽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글쓰기라 할 수 있다.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 및 우리 시대에 발표된 순문학 작품들 그리고 대중문학까지 포괄하는 여러 소설들에 대한 평문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 평문들은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의 특성과 관련해서 작품들의 특징을 꼼꼼히 짚어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 독자들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고 쉬운 전개를 보인다. 물론 잘 읽힌다고 내용이 엉성한 것은 아니다. 문예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위에서 문학사적인 감각을 띠며 작품을 분석하고 있어서, 작품의 실제뿐 아니라 그 의미 맥락까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각종 소설론들이 띠게 마련인 난해함이나, 흔한 비평문들이 보여 주는 모호함에 질린 경험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소설의 숲에서 문학을 생각하다』를 통해서, 소설에 대한 이해를 두텁게 하고 작품의 실제에 대한 시원한 해명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65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문학평론가, 문학박사이며 민족문학사학회 편집위원이다. 주요 논저로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신경향파> <1920년대 문학과 염상섭> <현실성과 소설의 양상> <역사 속의 비극적 개인과 계몽 의식> 등이 있다.
책머리에
제1부 문학연구의 길을 찾아서
제1장 한국문학 연구의 상호 소통을 위하여
제2장 문예학교 역사학의 만남
제3장 문학의 범람, 그 속에서 길 찾기
제2부 소설의 숲, 그 풍요로움의 탐색
제1장 비주체적인 주체의 실체 없는 지향성
제2장 한국전쟁과 일상
제3장 주체성 탐색의 한 경우
제4장 덧없는 것의 비가
제5장 심정적 여울의 미시적 묘파
제6장 지향 없는 세대의 초상
제7장 열린 리얼리즘
제8장 제재의 무거움 해석의 가벼움
제9장 해법 없는 문제의 환기
제10장 우연과 과장, 신파의 방법
제3장 발레와 음악, 문학의 만남
제 3부 문학, 그 '비어 있는 중심'의 상념
제1장 학으로서의 문학 연구
제2장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제3장 근대문학의 운명, 엄숙주의
제 4장 비어 있는 척도로서의 현실성
제5장 읽어서 좋은 것과 읽지 않아도 좋을것
제4부 문학 바깥에서 서사 읽기
제1장 기억과 꿈 그리고 현실
제2장 죽음의 대가
제11장 스스로를 닫은 자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