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가 간다 - 조혁신 소설집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풍자로 현실을 날카롭게 묘파해내는 소설가 조혁신의 두 번째 소설집 『삼류가 간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 『삼류가 간다』는 한마디로 코미디와 판타지, 느와르와 로맨스를 뒤죽박죽 넘나들며 억눌린 타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헌사라고 할 수 있다. 장르를 넘나들며 잡종교배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은 ‘찌질이’들의 당파성, 비주류 근성으로 가득 충전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소설은 ‘세상 밖’의 조종을 받는 ‘무법’ 소설이자 정치적 펄프픽션(pulp fiction)이다.
잔혹한 세상을 뒤엎는
트로트 풍 코믹 판타지 액션 러브로망
전작 『뒤집기 한판』이 산동네 서민들의 진솔한 삶과 희로애락을 형상화하며 강박증에 들려 있는 세태를 향한 ‘뒤집기 한판’이었다면, 『삼류가 간다』는 불안과 희망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우리 시대 B급 마이너리티들의 자화상이다. 말하자면 이 소설집은 강한 일탈 충동에 휩싸여 있는 ‘트랙 밖의 인물’들이 잔혹한 세상을 뒤엎는 ‘트로트풍 코믹 판타지 액션 러브로망’이다.
소설집의 인물들은 중앙에서 소외된 인천 구도심의 변두리를 떠도는 인생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잔혹한 세상 속에서 억울하게, 혹은 ‘찌질’하게 억눌려 사는 삼류들이다.
우연히 철거 현장의 담배 가게에 갇혀 원치 않는 투쟁을 하게 되는「마지막 담배 가게」의 지방 신문 조 기자, 신문구독 경품으로 돌린 자전거를 다시 훔쳐 달아나다가 처럼 날아가는 「달려라 자전거」의 양 국장, 일상잡사를 팽개치고 존 레논의 추억이 서린 뉴욕으로 떠나는 「카페 다고타하우스」의 ‘나’, 제법 끔찍한 살인모의라도 하는 양 개 한 마리 잡아먹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삼류가 간다」의 삼류 인생들…….
이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자못 진지하지만 결국 슬랩스틱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온갖 폼을 다 잡지만 트로트 뽕짝풍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멋진 액션 활극을 펼치지만 종국에는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고 깨지고 만다. 그러니까 이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모퉁이 혹은 모서리에 쓰레기처럼 날아들거나 날카롭게 찢긴 사연들인 셈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깔깔대며 웃다가 찔끔 눈물 한 방울이 고이고, 직핍하게 다가오는 현실의 참혹함으로 비애감에 젖다가도 다시 엉뚱하게 웃음이 고이게 만든다.
1968년 의정부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고 인하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계간 『작가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뒤집기 한판』(2007)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 지부장을 맡으며 언론 노동운동을 했다.
작가의 말
마지막 담배 가게
달려라 자전거
최후의 한 발
삼류가 간다
카페 다고타하우스
연안부두 떠나는 배
고물 냉장고
개코 막걸리네
황홀한 밤을 아는가
해설│강경석 _ 트로트 풍의 코믹 판타지 액션 러브로망